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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불쾌함과 불편함, 불순함과 솔직함
가면 | 2007년 12월 21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매혹적인 재즈 보컬과 육감적인 바디 라인. 육체의 곡선을 탐닉하는 관능적인 시선 너머로 뒤엉킨 남녀의 적나라한 육체가 교차된다. <가면>은 위태로운 관음의 욕망과 매혹적인 관능미의 뒤엉킴 속에 캐릭터에 대한 의문을 박아 넣으며 질주를 시작한다. 의문스러운 캐릭터 구조는 <가면>이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장르적 물음표를 위한 전제이며 동시에 흔적조차 감지되지 않는 반전의 습격을 노린 거짓 의문의 장치이다. 하지만 <가면>은 장르의 탈을 쓰고 관객에게 접근해서는 다른 의도를 찔러 넣는다.

<가면>은 스릴러란 장르의 외피를 쓰고 있으며 이야기의 방식과 구성 역시 스릴러의 그것으로 진행된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란 점에서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첫번째 의문이 발효된다. 전형적인 후더닛(whodunit) 구조. 하지만 <가면>은 이차적인 의문을 함께 발생시키며 물음표를 배분한다. 무엇에 기인한 것인지가 불분명한 심리적 불안감에 휩싸인 인물들, 즉 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연에 기댄 인물들에 대한 의문은 이야기의 진행과 함께 궁금증을 유발할 이차적인 물음표로 활용된다.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끼어든다. <가면>이 장치한 의문들은 하나같이 이야기로서의 궁금증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애초에 <가면>이 지니고 있던 장르적 그릇은 어떤 의도로 활용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발생한다. <가면>의 물음표는 장르를 위한 것이 아니다. 단지 이야기를 위한, 그 이야기 너머에 있는 어떤 의도를 위한 궁극적인 목적지일 뿐이다. 이는 <가면>이 스릴러로서 지녀야 할 서스펜스의 의무로부터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일 수 있으며 이는 장르에 대한 기대감에서 위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긴장감보단 궁금증을 유발한다는 건 <가면>이 감정적이라기보단 이성적인 이야기에 가까움을 의미한다. 동시에 궁금증은 추리의 묘미를 유발하며 참여를 도모하는 적극적 방식보단 정체를 가늠할만한 의도를 순차적으로 노출하는 소극적 방식으로 제한된다. 말미에 드러나는 반전의 충격은 그 강도와 무관하게 정보의 차단으로 형성된 바라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다. 단순히 그 놀랄만한 반전에 압도되는 이라면 효과는 확실하지만 반전의 논리적 근거를 추적하는 이라면 역으로 깜짝쇼의 불순함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동시에 숏을 흔드는 카메라의 역동성도 지나친 기교의 산물처럼 여겨진다. 심리적 강박을 세밀히 잡아내려는 노력이었겠지만 이는 아쉽게도 자연스런 감정의 몰입을 돕는 촉매라기보단 감정의 존재성을 각인시키려는 비주얼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해된다. 심란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심리를 흔드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감정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지 못하는 기교는 결국 과잉으로 넘친다. 또한 캐릭터의 심리적 혼란이 장르적 긴장감과 무관하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스릴러의 기본적 소양의 결핍을 느끼게 한다.

<가면>은 장르보다도 주제가 튀는 작품이다. 동성애를 소재로 취득한 <가면>은 사회적인 혐오감, 즉 호모포비아(homophobia)에 대한 시선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닌 어떤 혐오감, 즉 호모포비아는 <가면>의 장르적 그릇보다도 궁극적인 영화적 의도에 가깝다. 그 의도가 드러나는 지점에서 <가면>의 장르적 공백, 즉 서스펜스의 부재를 대신하는 감정의 부산물이 드러난다. <가면>은 청소년들의 폄하적 시선과 군대 내 성폭행을 묘사하고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성인의 발언-'더럽다'-까지 배치하며 우리 사회에 잠재된 호모포비아를 구체적으로 동원한다. 그 지점에서 <가면>은 줄타기를 한다. <가면>은 혐오적인 시선을 근거로 그들의 사랑을 페이소스로 점철시킨다. 이는 한편으로 유약한 드라마 설정이다. 비극적 상황을 배치시킨 로맨스의 파국. <가면>은 스릴러란 장르를 외피로 두르고 있음에도 로맨스의 클리셰를 활용했고 그를 통해 페이소스를 방출한다. 단순히 말하자면 <가면>은 동성애를 끌어들여 동정심을 유발하는 혐의의 용의자일 수도 있다. 동시에 소수의 감정을 폄하한 영화적 소재주의의 무책임한 산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건 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즉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이 사회의 적나라한 시선이기도 하다. 그 지점에서 <가면>의 시선은 일말의 성과를 드러내기도 한다. 호모포비아로 무장한 사회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은 <가면>을 통해 발견되는 솔직한 불쾌함이다. 올해, <디 워>를 비판했던 이송희일 감독의 개인 사이트에서 그의 동성애 편력에 대한 혐오스러움을 거침없이 드러낸 댓글의 사례를 떠올렸을 때, 우리 사회가 일방적인 호모포비아의 잠재력을 여전히 지니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런 점에서 <가면>은 그 막연한 호모포비아의 형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평가될만하다.

파국적인 결말은 그 현실에 대한 직시이자 그에 대한 대안이 부재한 영화적 도피이기도 하다. <가면>은 이야기의 소재주의로 호모포비아를 활용하고 있다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소재주의가 탐닉한 시선은 이 사회의 솔직한 단면을 드러낸다는 가치를 지닌다. 감상주의적인 파국은 소수의 취향을 소재주의를 지적하는 불순함에서 비롯된 것임과 동시에 사회적 내면에 잠재된 시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바라보는 불편함이 동반된다. 이는 <가면>이 지닌 양날의 검이자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다. 하지만 그 시선의 여부를 떠나서 빈약한 장르적 연출은 어떤 의도를 위해 장르를 그릇 삼았다 해도 비겁한 변명처럼 들릴 것 같다. 캐릭터를 제각각 살린 배우들의 열연은 그와 별개다.

2007년 12월 21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적나라한 호모포비아,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직시한다.
-제각각 캐릭터의 의무를 다하는 배우들의 열연, 신구 조화가 어울린다.
-그들만의 절절한 로맨스, 그 비극적 함의에 담긴 페이소스의 의도적 진정성은 동의한다.
-분명 놀랄만한 반전임에도 동의한다.
-소수의 인권을 이용한 소재주의적 혐의를 떨쳐낼 수 없다.
-카메라는 지나칠 정도로 흔드는데 스릴러의 맛이 안 난다.
-속았다기 보단 모르고 당한 꼴, 말 그대로 깜짝쇼
42 )
kabohy
아직 못봤는데,   
2009-03-14 12:48
gaeddorai
이미 반전을 알아버렸어....   
2009-02-18 20:57
callyoungsin
이런 영화 별로 보고싶지 않은 영화라는...   
2008-05-09 16:05
kyikyiyi
보려했는데 개봉했는줄도 몰랐다는   
2008-05-08 10:34
bjmaximus
반전 알아차리는 건 쉬웠는데,마지막에 어이없게 한번 또 뒤집어주시니원..   
2008-04-28 16:04
bae1227
얼마나 불쾌하려나   
2008-02-10 14:44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3:26
gt0110
보고 싶었는데...   
2008-01-14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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