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종교영화로의 귀결.....
가까운 미래의 뉴욕,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인류가 멸망하고 오직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만이 살아남는다. 인류의 95%는 죽고, 면역 기능이 있는 1%만이 살아 남았으며, 4%는 그가 ‘Dark Seeker’라 이름 붙인 변종인간 혹은 좀비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네빌은 사랑하는 아내와 딸도 잃은 채 매일같이 라디오 방송을 송신하며 또 다른 생존자를 찾고 있다. 더불어 네빌은 면역체를 가진 자신의 피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어 내고자 애쓴다. 그런 가운데 네빌은 자신이 가장 아끼던 개를 그들에게 잃고 슬픔 속에 변종인간 무리와 싸운다.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그는 누군가에 의해 구조되고 또 다른 생존자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나는 전설이다>는 리처드 매드슨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며, LA였던 원작의 무대를 뉴욕으로 바꾸면서 좀 더 직접적으로 '포스트 911'의 공포를 그리고 있다. 리처드 매드슨의 원작 소설은 이미 두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1964년의 <지구 최후의 사나이>, 1971년의 <오메가맨>이라고 한다.(사실은 세 편이라고 한다. 2007년에 소리소문 없이 만들어져 DVD로 직행한 <나는 오메가다>라는 영화가 있다고 한다) 원작소설도 읽지 못했고, 이전에 만들어졌던 두 편의 영화도 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는 전설이다>는 앞서 만들어진 두 편의 영화에 비해서는 그 동안 발달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류가 멸망한 텅빈 세계를 멋지게 만들어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다만, 원작 소설과 비교해서는 다들 실망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원작 소설을 읽고 픈 욕망을 부풀게 하고 있다. 어쨌거나 원작 소설을 접하지 못했던 나에겐 그럭저럭 재밌는 블록버스터 영화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재미는 주인공인 네빌이 'Dark Seeker'들과 싸우는 액션 장면에서보다는 혼자 남은 네빌의 고독한 모습을 그린 장면들이 더 흥미로웠다. 수풀이 우거진 타임스스퀘어를 가로 질러 사슴을 사냥하고, 항공모함 위에서 골프를 치고, 레코드 가게에 마네팅을 배치해 놓고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모습들.. 거기에 두 동강난 다리 위에서 다른 생존자들을 기다리는 네빌의 모습은 텅빈 뉴욕 거리를 배경으로 꽤나 스산하게 다가왔다.
기본 재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가서 종교적 색채가 두르러지며 느닷없는 마무리는 보는 사람을 허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마 프랜스시 로렌스 감독의 종교는 기독교인 듯 싶다. 그건 감독의 전작이 마치 기독교 단체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제작한 듯한 <콘스탄틴>이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종교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감독의 종교가 기독교라는 게 전혀 비판이 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연출한 유일한 두 영화가 모두 강한 종교적 색채를 띄고 있으며, 종교를 빌어 손쉽게 결말을 짓고 있음은 사실이든 아니든 종교가 연출에 영향을 미친 부정적 사례로 거론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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