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볼때 감독이 누구인가를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감독의 명성과 전작에 어느 정도 의존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 곽경택 감독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망설였다. 그의 전작들 <친구><똥개><태풍> 등은 모두 액션을 주로 한 잔혹 코드였고 이러한 류의 영화를 별로 좋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흥행대박을 터뜨린 <친구>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곽경택 감독의 포스는 사실 흥행에서 크게 실패한 <똥개>를 통해서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지만 <사랑>에 대한 기대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영화 평론가들이나 네티즌 리뷰를 들여다 보니까 더욱 더 기대감이 사그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몸매에 같은 남자로서도 부럽기만 한 마스크를 소유한 주진모의 연기, 그리고 알지도 못했던 여주인공 박시연의 묘한 매력과 연기력 등은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로 생각됐다.
사실 스토리는 뻔한 사랑 이야기-특히 엔딩 스토리는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쥴리엣>이 떠오를 정도로 예측이 가능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주인공과 조연 들의 연기력으로 모든 것이 만회가 된다 할 것이다.
그동안 평가 절하했던 곽경택 감독에 대한 새로운 존경심이 솟아나는 대목이다.
단순한 스토리에 비쥬얼에 비중을 두고 연기력을 감상하고픈 모든 예비관객들에게 권하고 싶은 2007년도의 한국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