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영화를 왜 이렇게 만든걸까.
누구 말마따나 원작자인 강경옥씨가 슬퍼할만한 작품.
영화의 초중반까지는 그런대로 볼만했다.
그러나, 영화의 후미.
나름대로, 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내력(?)인, 갑작스레 누군가를 죽이거나,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그 내력을 설명하기위해 김가인(윤진서)의 같은학교 학생인 홍석민(박기웅)의 존재가 부각되지만,
도무지 설득력이 부족하고 그다지 이해도 되지 않는, 어정쩡한 한국판 용두사미 영화의 절정판이랄까?
게다가, 무지하게 부자집안인 것으로 보이는 김가인의 집안설정과, 강남8학군(?) 쯤으로 보이는, 짧은 미니스커트 타입의 교복을(일명 세라복?) 입은 여학생들이 나오는 모습.
하긴, 현실이 아닌 영화이고, 부잣집 아들딸들이 나오는 우리나라의 10대 영화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미니스커트 타입의 교복이 나오지만, 윤진서의 앳된 모습이 무척이나 잘 어울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동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하긴, 현실에서처럼, 약간은 복고스러운 긴 길이의 교복치마를 입은 여고생들이 나온다면, '섹시함' 이 빠지기에 영화의 품격이나 고급스러움이 떨어진다 생각했겠지? (공포와 섹시는 의례적으로 합쳐져 왔으니까)
김가인(윤진서)의 남자친구인 박현중(이기우)가 의과대학 레지던트 인지 의사인지는 불분명 하나, 김가인이 여고생이라는 점에서 볼때, 그 둘의 관계가 그다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이고, 박현중이 어렸을때의 치욕을 앙갚음 하기 위해 오랜동안 치밀한 계획하에 김가인에게 접근하여 일가족을 살해한다는 설정또한, 이 영화에서는 반전이라면 반전이겠지만, 그다지 쇼킹하지도 않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김가인의 같은 학교 친구이자, 이 영화에서 모든 악의 근원으로 볼 수 있는 홍석민(박기웅)의 존재를 잘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홍석민 이라는 존재는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기에, 그 인물에 대한 묘사의 치밀함이 필요 했는데, 영화 말미에, 김가인의 회상장면에서, 실제로 홍석민이라는 존재는 현실에 존재하지는 않은 인물이었다고 설명해주는 듯한 장면이 나오고 있다.
이는, 마치 일본영화 '데스노트' 에서 등장한 저승사자(?) 같은 존재라 볼 수 있겠는데, 이 존재에 대한 묘사나 설명이 부족했던것이 이 영화를 어정쩡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를 보면, 홍석민은 영화 중간중간에 쌩뚱맞게 나타나 김가인에게 항상 이상한 말들을 던진다.
하지만, 김가인은 그런 홍석민에 대해 어떤 질문이나 의문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또한, 홍석민으로 인해 모든 사건들이 발생한것처럼 하지만, 이상한 죽음이 집안 내력이라는 초반의 설정과 달리, 홍석민은, 영화 마지막에 웬 남학생에게 접근하여 살인을 부추기는 듯한 말을 하며 영화가 끝이 난다.
그럼, 그다지 그 집안의 내력이라는 점과는 전혀 딴판의 이야기가 되는게 아닌가.
'집안 내력' 이라면, 그 집안의 어떤 원한관계에 의해, 어떤 존재가 집요하게 괴롭혀야 정상이 아닐까?
김가인이 악몽을 꾸면서, 그 집안에 어떤 귀신이 씌인듯한 장면을 보여주는, 눈을 떳는데 그 앞에 괴기스런 얼굴이 '다음은 네 차례야' 라고 말하는 부분까지를 볼 때는, 마치 그 집안에 어떤 원한많은 귀신이 씌인듯한 인상을 주지만, 영화후반부 흐름을 볼때, 결코 그런것만도 아니라는 얘기가 되어버리는게 아닌가.
영화는, 내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도 못하며, 그다지 공포스럽지도 않은, 김가인과 그 동생, 그리고, 몇몇 여고생의 미니스커트 교복에 집중된듯한 인상을 풍길 뿐이다.
그 '이상한 존재' 홍석민 또한, 강렬한 눈빛 외에는 그다지 볼것이 없다.
이 영화를 꾸준히 보다보면, 홍석민이 김가인 자신의 내면의 존재일꺼라는 예상을 어느정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예상을 무너뜨리는 것은, 김가인이 동생을 죽이고 자살(?)한후 홍석민이 다른 남학생에게 말을 거는 장면.
하긴, 홍석민이라는 존재가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악한 존재라는 가정을 한다면, 굳이 예상을 무너뜨렸다고 말하긴 힘들겠지만,
이야기의 흐름을(또는 의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에는 영화의 연출력이 좀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S.
홍석민의 존재가 내면의 존재라는 심증을 굳힐 수 있는 부분은, 김가인이, 수십년전 자기의 부인을 죽인 집안의 친척을 찾아가고, 그 사람이 김가인에게 중얼거리는 말중에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즉, 영화 '두 사람이다' 는, 자기 내면의 악한 존재(옛날에 미국 만화영화중에 나쁜일을 하라고 시키는 악마와 안된다고 말리는 천사가 머리위에 등장해서 서로 싸우는 만화가 있었죠?)를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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