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오션과 11인의 도적떼들.. 교도소에서 가석방된지 채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아.. 데니오션은 여지껏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철옹성같은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를 털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첫 단계로 맘맞는 파트너인 카드전문가 러스티를 찾아가서 멤버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탄탄한 범죄계획대로 모여진 멤버는 11명.. 알리바바가 40인의 도적떼를 이끌듯이... 데니는 오션스일레븐을 만들게 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천만의 말씀.. 이들은 각계 각 분야의 전문가이고.. 각자 맡은 분야가 다르기에 맡은 임무에만 충실하면 된다.. 의견이 분분할 일은 없다.. 뭐 있더라도 이들을 인솔하는 데니가 굳건히 버티고 있기에 그들은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래 그렇다면 설사 이 계획이 성공한다쳐도 이 많은 인원들이 나눠가질 몫은 얼마 안될텐데...?? 그러나 이 역시 걱정말 것.. 이들이 거사를 치르기 위해 잡은 날은 세기의 복싱대결이 벌어지는 날.. 그날 카지노의 금고에 있는 현찰은.. 판돈의 몇 퍼센트를 보유해야만 하는 규정에 따라 1억5천만불이다.. 그렇기에 그들 각자에게 돌아가는 금액만도 만만치않다.. 그래서 그들은 의기투합하여 뭉쳤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라는 데뷔작부터 칸느를 흥분시키더니만.. '에린브로코비치'로 외모로 일관하던 여배우를 연기자로 탈바꿈시켜놓고.. 연이어 완성시킨 '트래픽'이라는 작품으로 그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천재감독 스티븐소더버그.. 그가 다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그간의 작품 스타일과는 많이 거리가 있고... 의아한 내용이기는 했지만.. 또다시 새로운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그가 직접 촬영까지 겸했다 하는데.. 출연자가 많은 까닭에 하나하나에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모두에게 골고루 비중이 돌아가게 했다던가.. 많은 이야기를 뒤섞어놓고 이 역시 교차편집하고 다양한 화면분할로 나누어서 현란하게 만들어놓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라던가.. 그 긴장감 넘치는 순간에도 적절하게 위트를 집어넣고... 분명 범죄를 저지르는 나쁜 현장임에도 죄책감이 들지않을 정도의 여유를 부린 시나리오 등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역시 그는 천재였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듯 하다..
물론 이 영화는 스티븐소더버그의 영화라기보다는 가이리치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누가 주연인지 파악이 불가능한 한 무더기의 조연들의 균형있는 출연을 보아도 그렇고... 빠르고 현란하게 편집된 화면들... 중간중간 삽입되어 보여지는 화자의 입을 통해 재연되는 회상씬들..(이 장면들이 가장 웃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MTV의 뮤직비디오나 CF를 보는 듯한 영상의 전개.. 갱스터 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빠르고 비트있는 랩같은 음악 등등.. 그만의 색이 두드러지기 보다는 '락스탁앤스모킹배렬즈'나 '스내치' 등을 부분부분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너무나도 달라진 스타일이기에 당황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살짝살짝.. 나름대로의 주관을 잃고 점점 대중적인 성향에 맞춰가고 있는 듯해서 다소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나 이런 뭔가 미진하다는 망설임 속에서도..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낌 감정은 통쾌함이었다.. 카지노의 주인이 데니의 전부인을 빼앗은 장본인이기에.. 개인적인 원한이 화면밖까지 전달되어 그복수심에 동화되어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왜 절대 무너지지않을 장벽이 무너졌다거나... 절대 먹어서는 안될 금단의 열매를 따먹었다거나.. 절대 XXX는 해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을 깨뜨렸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통쾌했던 것이다.. 그간의 깊숙히 박혀있던 고정적인 관념을 깬다라는 시도는 무엇이던간에 짜릿한 쾌감을 주기 마련이고.. 언제나 일탈을 꿈꿔오던 평범한 사람에게는 막힌 숨통을 틔어주는 법이다.. 여지껏 카지노는 절대 털려본 적이 없고... 털렸어도 성공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것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모두가 호언장담했는데.. 이들 11명은 아주 치밀하고도 계획적으로 철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이 '절대불가능'의 일을 가능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그것도 카지노 중에 가장 보안이 철저하고... 그 모든 것을 사장이 직접 총괄하기에 접근조차 어려운 그 곳을 말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보고나면 참으로 속시원하다.. 보는 내내 즐겁고 재미나고.. 보고나서도 부담없고..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고 흐지부지 맺은 결론과 껑충껑충 뛰어넘은 이야기들을 짜맞추느라 골머리 섞일 필요도 없는.. 오락영화로서는 제격인 것이다.. 그렇다고 보고나서 시간 잘 떼웠다고 훌훌 털어버리기에는 뭔가 아깝기에... 이 후련한 마음만은 간직해야지 하는 여운도 남겨준다.. 게다가 보고만 있어도 즐거워지는 스타들을 한 영화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해준다.. 그래서 뭔가 사색적이고 진지한 내용을 다뤄왔던 감독의 스타일이 180도 변했기에 당황하면서도.. 여러가지 과자와 사탕이 들어있어 한꺼번에 다 가질 수 있는 종합선물을 받았기에 극장 문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전면에 코믹영화다라고 내세우고 흐지부지 유치해져버리거나.. 패러디영화입네하고 드러내놓고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일부 영화들에 비하면.. 옛 작품을 리메이크하면서도 나름대로의 개성과 장점을 부각시켜서.. 여느 코메디영화보다도 더 오락적이고 유쾌하게 만들어낸 '오션스일레븐'.. 참 멋진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