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였던 하지 않았던 30대 여성을 솔직함으로 조명하는 영화는 여자의 입장에서
몹시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성과 관련된 대담한 이야기 또는 결혼에 대한 여성 자신의 솔직한 심경 그리고 싱글로
30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힘겨움 때론 즐거움 등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면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들이기에 공감을 하고 영화를 통해 느끼며 남성들도 그런 여성
들의 심정을 한번쯤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것이 이 영화를 바라보며 생각한 나의 바람이었다.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이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 영화가 여성감독이 연출하고 여성작가가
대거 각색을 하였으며 전적으로 여성이 주도하는 완벽한 여성편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여성
영화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30대에 싱글 여성으로 전문직을 살아가는 여성의 생활, 결혼을 하였어도 미씨의 모습으로
가정을 영위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솔직한 여성들의 모습을 기대하였다.
하지만 정작 영화가 가진 내용은 진부하기 짝이 없었다.
당당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며 사진이라는 전문직을 가지고 있는 정완(이미연)은 겉으로는
쿨하고 당당한 싱글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부남과 부적적한 관계를 유지하
며 심리적으로 그다지 안정된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부유하고 자신감
넘치는 유부녀 생활을 즐기는 희수(이태란)역시 겉으로는 화려하고 당당해 보이기는 하지만
남편에게 돈이나 바라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되바라진 유부녀 정도로만 느껴진다.
남편의 외도에 쿨한척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만 어린 외도녀의 당돌한 모습에 흥분을 느끼며
친구의 부적절한 생활을 부추기면서도 짜증을 내는 그녀의 모습은 여성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어쩐지 돈만을 추구하고 세상의 물정을 모르는 여성의 모습을
지나치게 부각하여 보여주는 듯하여 여성의 입장에서 조금은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30대의 여성은 뭐랄까 무언가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감을 느끼게 하는 나이인가보다.
그러니까 사회에서는 점점 자리를 잡아서 40대의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발판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감이 가득한 나이랄까....
따라서 난 이 영화 속 여성들의 모습에서 무언가 인생을 개척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기대했었다.
남자에게 좌지우지되는 여성들이 아니라 남자의 도움이 없어서 그들의 사랑 속이 아니어도
스스로의 모습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내고 가정 속에서도 기둥이되어가는 성숙한 여성의 모습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탈적인 여성들을 보여주면서 그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이런 불온한 여성들의 모습이 참 많은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나이 즈음의 여성에 대해 색안경이 껴질 것같은 느낌도 든다.
실제론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모습이 마치 30대 여성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까봐 조금은 걱정되기도 하다.
많은 여성들이 점점 성에 솔직하고 남녀 관계에 솔직해 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 희수와 정완의 모습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그런 모습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고 나의 모습을 반성하자는 것이 감독의 진정한 의도
였다면 적어도 이런 내용으로는 아니라는 느낌을 가졌다.
어째 얼마 전에 본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와 은근히 비교되며 부조리한 남녀의
실상을 담으려면 그런 모습이 어쩌면 더 사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내용이 아니었나 생각을 잠시 해
봤다. 물론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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