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없이 또 한 해가 가고 매년 3월이면 실시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시기가 됐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랄 수 있는 골든글러브의 시상식은 끝났고.. 이제 아카데미도 속속 그 후보작들을 발표했다.. 역시나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눈에 띠게 두드러지는 두 편의 작품이 있는데.. 한 편은 13개 부문에 후보로 지목돼 최다후보에 오른 '반지의제왕'이고... 다른 한 편은 주요 부문의 수상이 유력한 이 영화 '뷰티풀마인드'이다.. 이러한 예상은 골든글로브의 수상결과(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를 보더라도 가능하지만.. 그간의 아카데미의 수상을 결정하는 보수적인 심사위원들의 성향을 보더라도 가능하다..
아카데미에는 전형적인 룰이 한 가지 있다.. 너무나도 미국적이기에 배타적이기까지 한.. 자국 우월주의에 젖어잇다는 것이다..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고 작품성이 높더라도 외국 출신의 감독이 만들었다거나 주연을 맡으면 아예 후보에 오르기도 힘들다 (가끔씩 국가적인 큰 이슈가 있을 때나 국제영화제의 이목이 집중되었을 때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한다..) 게다가 자국의 위상을 높여주는 이야기들을 특히나 좋아한다.. 예를 들면 장애나 어려움, 선천적인 기형 등의 험난한 역경을 딛고 일어나 홀로이 당당하게 일어서는 얘기들이나.. 전쟁에서 자국의 위상을 크게 떨치는 승리를 거두거나 눈물겨운 동지애를 과시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이야기.. 그런 영화들이 여지없이 영광을 차지하고는 한다.. 그렇기에 그간의 역대 수상작들을 보면 비슷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번에 수상이 유력시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일단 너무나도 미국적이고 천재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존내쉬... 반세기가 넘게 이어져오던 경제이론을 뒤엎는 혁신적인 논문을 발표한 수학자이다.. 게다가 그는 그의 천재성에 반해 너무도 여린 심성을 지녔기에.. 그 당시의 전쟁속의 혼란과 성공을 향한 경쟁 등을 견뎌내지 못하고.. 심한 정신분열증에 시달린다.. 그래서 한창 업적을 쌓아나갈 시기를 정신병과의 싸움으로 인해 공백기로 남겨둔다.. 그러나 그의 옆에는 아름답고 헌신적이자 자상한 아내 엘리사가 있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렇기에 그는 역경을 딛고 장애를 극복하고.. 다시 수학계로 돌아온다.. 그의 뛰어난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소심하지만 나름대로의 힘든 재기 노력으로 강의를 해내고.. 결국 노벨상까지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성공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인가~~~ 게다가 그는 당당한 미국인의 전형이다.. 불굴의 의지로 실패할 뻔한 인생을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과 노력으로 인해 극복해낸 타의 모범이 될만한 인물인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보수적이고 전형적인 아카데미에서는 이 영화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뉴질랜드 출신의 외국감독 피터잭슨이 더 뛰어나다 할지라도 말이다..
존내쉬 역을 맡은 러셀크로우의 연기는 정말로 훌륭했다.. 포레스트검프의 톰행크스를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어정쩡한 정신분열증 환자의 모습으로는 정말 제격이었다.. 글라디에이터의 늠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불안정한 눈빛에... 넘어질 듯한 불안한 걸음걸이.. 천재들만이 누릴 수 있는 고독과 외로움 등을 정말 잘 보여줬다.. 그렇기에 그의 남우주연상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이 영화 자체가 너무나도 아카데미적이고 수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에.. 주옥같은 그의 연기까지도 다 싸잡아사 보게 되었다.. 너무나도 뻔하다는 느낌이 덧붙여져서 말이다..
물론 이렇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본인의 시선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렇게 일개 범인의 눈에도 이런 욕심이 버젓이 보여지게 만들어내는 그들의 시스템도 문제는 있다.. 뭐 어짜피 그네들 나라에서 북치고 장구치는 것이라 그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 뻔히 속이 보이는 놀음에 놀아나는 듯 싶어 불쾌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상술이 녹아있는 영화에 좋은 영화라 찬사를 보내는 것도 맘에 안들고... 감동을 강요당하는 것도 맘이 안내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일이 계속 모습만 바꾼 채로 반복되고 있으니 더 기분이 나쁠 따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