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헐리웃 영화들에 걸맞는 입이 떡 벌어지는 물량공세도 그렇지만, 아들뻘의 젊은이와 파트너가 되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상황을 주도적으로 헤쳐나가던 이전과는 다르게, 자기와는 생판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젊은이와 함께 다니면서 맥클레인 형사는 본의 아니게 때론 시한부 선고를 받고 오늘내일 하는 아버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벽창호 아저씨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맥클레인 형사는 아들뻘의 매튜와 함께 다니며 어울리기 힘든 세대차이를 결국 드러내고 마는 것인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다가도, 결국 성격도 사고관도 서로 다르지만 어느덧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도맡아 하는 것 뿐이다. 그러기에 영웅이다"라는 말에 서로 공감하며 동료애를 과시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더불어 맥클레인 형사는 그러한 자신만의 까칠함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딸 루시에게까지 물려주는 양상을 보임으로써(간간이 루시가 내뱉는 대사들은 영락없는 자기 아빠다) 존 맥클레인의 캐릭터가 세대는 물론 성별도 초월할 수 있음을 더욱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에 홀로 아날로그를 지향하되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복고적 회상의 대상으로서만 남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고리타분함을 매력으로 드러내고, 다른 세대와 교감하고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도 남겨둠으로써 예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현재진행형을 보이는, 캐릭터의 독특한 발전형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렇게 어떻게 보면 존 맥클레인이라는 사람은 변했으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오십을 넘긴 나이는 그가 그렇게 하드한 상황을 넘기기에 더욱 힘들게 만들어버렸지만 오랜 시간 지녀온 툴툴 모드와 무모한 자신감만은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금 나와서 요즘 관객들에게 통하겠냐 싶었는데도 불구하고 시대에 영합할 줄 아는 훈훈한 비주얼의 액션 장면, 젊은 세대와의 무리없는 공감으로 이 20년 된 오래된 액션스타 캐릭터가 지금도 여전히 먹힌다는 것을 당당하게 증명했다. <다이하드 4.0>은 단지 존 맥클레인의 목숨만 질긴 게 아니라, 그가 캐릭터로서 가지는 매력의 유효기간도 질기다는 알려준 영화다. 안그래도 고뇌를 키워드로 하고 있는 요즘 블럭버스터들 사이에서, 이 영화에서까지 진지한 고민을 찾으려고 하진 마시라. 무모한 도전정신으로 지나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광활한 배짱을 여전히 간직한 채 돌아온 그의 상쾌한 까칠함을 맘껏 만끽하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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