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정도의 대목엔 역시 코미디가 잘 된다고 한다.
이번 추석도 예외가 아니듯, 보란 듯이 몇 편의 코믹 영화가 추석 시즌에 맞춰 개봉을 했다.
그 중 추석용 코믹 영화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는 영화는 단연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이다.
사실 영화 자체 만으로는 다소 실망스럽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권순분 여사 역의 나문희에 너무 기대어
다른 캐릭터의 개성이 너무 죽은 느낌이다. 특히 영화 초반부 어리버리한 납치범 3명이 권순분 여사를 납치해
벌이는 에피소드들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으로 단편적이긴 하나 웃음을 자아내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초반부의 웃음은 줄어들고 지루함이 찾아온다. 이 역시 권순분 캐릭터에만 영화가 너무
몰려있어 나머지 캐릭터들과의 부조화가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코믹 영화 치곤 꽤 긴 러닝타임에 영화 전체에 등
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인과관계, 계연성이 떨어져 관객의 흥미도 그만큼 떨어진다.
그러나 이번 추석엔 이만한 코믹 영화도 없는 듯 하다. 비교적 자극적이지 않고(물론 약간의 욕설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가족 단위로 보아도 별 탈이 없을 것 같은 영화의 주제와 웃음의 코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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