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지순한 곽경택식 사랑이야기였다. 주진모와 박시연의 사랑은 마치 늪과 같다. 허우적거리면 더 깊이 빨려들어가는...
세상의 모든 희망과 행운이 등돌린것 같은 미주(박시연)에게 평생 자신을 바칠것을 맹세한 인호(주진모)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어찌보면 촌스러운 사랑의 이야기이다. 그간 곽경택 감독님의 영화속 주인공들을 보면 남자주인공들은 공통점이 있다. 우직하고 끈기있고 상당히 마초적인 인물이란 점이다. 그리고 상당히 촌스러운 구석이 다분하다. 인호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주를 구출하기 위해 치권(김민준)을 쫓아가면서도 택시비 걱정을 하고 골백번의 생각을 되내이다 치권을 찌른다. 이 장면이 개인적으로 와닿았는데 칼에 찔리는 순간 인호의 앞으로의 인생은 미주를 엎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현실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그것도 철저하게 인호를 중심으로. 아마도 미주의 감정과 인호를 충돌시키지 않으려 한것은 감독님의 배려 아닌 배려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태풍>을 제외한 곽경택 감독 영화는 시골틱한 느낌이 좀 강하다. 특히 <똥개>에서는 그 절정을 이루었는데 이 영화도 그러하다. 현시대의 이야기지만 너무나도 지고지순한 사랑과 감독의 촌스런 연출법(?)이 맞물려 멋진 그림을 만들어낸다. 난 이러함이 너무 좋다. 관객이 외면하든 안하든 영화를 구수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친구>의 그림자를 떨칠 수가 없었다. 배경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고 부산사투리도 그렇기 때문인데 아마 이것이 이 영화의 흥행기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치권을 연기한 김민준 역시 놀라운 변신이었다. 지독스럽게 악날한 정말 인정머리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인물이었다. 그간 해왔던 쿨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독기서린 눈을 뜨고 칼에 찔려도 눈을 피하지 않는 독종 중에 독종이었다. 그는 보이지 않아도 인호에겐 무서운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는데 이 영화의 숨은 보석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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