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즐기는 영화로 좋아요~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kukuku77 2007-09-22 오후 8:08:54 848   [8]
김상진 감독의 대표작들을 들여다보면 일종의 공통된 코드가 있다. 복수의 주인공들의 얽히면서 왁자지껄한 소동극을 펼친다는 점, 곁가지를 두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달려간다는 점, 소동극 속에서 폭력과 욕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는 점, 아무튼 웃음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점 등등.

이런 공식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귀신이 산다]부터였다. 이것은 김상진 감독과 늘 함께였던 박정우 작가와의 결별(?)도 작용했을 것이고, [광복절 특사]에서 슬슬 나타나기 시작한 김상진식 코미디의 동어반복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변화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차승원의 원맨쇼가 전부인 [귀신이 산다]의 완성도는 김상진 감독의 전작들보다 결코 뛰어나다 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이후 김상진 감독은 무려 3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3년 동안 김상진 감독은 박정우 작가와 다시 뭉쳐 [형제는 용감했다]를 준비했으나 잠정 보류된 상태이고, 강우석 감독이 떠난 시네마서비스의 경영에 더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러다 강우석 감독이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하자 현장으로 돌아왔고, 그 복귀작으로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를 “재기작”이라 부를 만큼 [귀신이 산다]의 실패와 오랜 공백 후에 나온 작품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 김상진 감독은 처음으로 원작(일본소설 [대유괴])이 있는 시나리오를 맡아 자신의 색깔을 덧칠한다.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이 영화의 설정과 출연진에 있다. 기가 막힌 국밥으로 2,000억 원대 재산을 번 권순분 여사(나문희). 인생의 실패로 자살 직전까지 내몰린 궁상맞은 3인방이 권순분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한다. 그러나 권순분의 자녀들은 어머니의 납치에 무관심하고, 이에 분노한 권순분 여사는 적극적으로 납치극에 가담하여 자신의 몸값을 받아주겠다 한다. 그 몸값이 무려 500억 원.

김상진 감독의 영화답게 [권순분여사 납치사건]도 기가 막힌 상황극이다. 깡패 같던 녀석은 선생님이 되고 모범생은 조폭이 된 인생역전극 [신라의 달밤], 탈옥수가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려는 소동극 [광복절 특사] 등 그의 영화는 무언가 뒤틀린 상황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인질범이 자신의 몸값을 받아주겠다는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역시 마찬가지. 게다가 그 권순분 여사를 연기한 나문희의 존재감까지 맞물리면서 이 영화는 상당한 기대를 불러 모은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어리버리한 3인조 도범(강성진), 근영(유해진), 종만(유건)이 권순분 여사를 납치하는 내용이고, 후반부는 자식들의 무관심에 분노한 권순분 여사의 지략으로 500억 원의 몸값을 얻어내는 내용이다. 전반부는 김상진 감독 특유의 웃음이 살아있는 소동극이고, 후반부는 마치 [오션스 일레븐] 등의 범죄영화를 보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특히 열차를 이용해 몸값을 얻는 대목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영리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대신 웃음은 지양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김상진 감독의 전작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주유소 습격사건] 등의 소동극처럼, 이유 없이 때려 부수는 난장판 속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뽑아내던 박정우 작가와의 콤비 플레이를 이 영화에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신 김상진 감독은 이 영화를 명절 시즌에 맞추어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착한 드라마에 방점을 찍는다. 부모를 홀대하는 자식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러한 속내가 조금 더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은 추석 시즌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로서의 본분만 충실히 한다. [열혈남아]에 이어 다시 한 번 스크린에서 인상 깊은 존재감을 심어준 나문희의 발군의 연기, 군데군데 심어놓은 가벼운 웃음들은 그 본분 속에서 건질 수 있는 몇 가지 장점이다. 반면, 리듬의 변화 없이 선하게만 흘러가는 정형적인 드라마와 감독 고유의 색깔이 묻혔다는 것은 단점이다. 만약 처음부터 김상진 감독 특유의 코미디를 기대했다면 후자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고, 명절 시즌에 가볍게 즐길 팝콘무비를 기대했다면 전자에 공감이 갈 것이다. 어느 쪽에 방점을 찍든, 후반부를 좀 더 편집하고 리듬의 강약을 조절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물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총 0명 참여)
hongwar
ㅎㅎ   
2007-10-04 23:39
skh31006
ㅡ ㅡㅋㅋ 전 재미있었어요 ㅎㅎ   
2007-09-23 13:15
shelby8318
재미없다는 소리는 없지?   
2007-09-22 22:41
1


권순분여사 납치사건(2007)
제작사 : (주)감독의 집, 어나더썬데이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granny-k.co.kr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58573 [권순분여사..] 생각보다 재밋음 pshinhwa88 07.09.26 1082 7
58535 [권순분여사..] 가족들과 함께 볼수있는 영화로 넘 훈훈하고 따뜻했다. (1) remon2053 07.09.26 956 5
58512 [권순분여사..] 주연조연모두빛나는영화 (2) hellion0 07.09.25 1154 7
58500 [권순분여사..] 추석영화로 딱이네 (1) anon13 07.09.25 926 4
58493 [권순분여사..]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1) loop1434 07.09.25 1100 11
58472 [권순분여사..]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 언론과 관객의 평가가 다른 이유는? psw3050 07.09.25 1072 9
58414 [권순분여사..] 권순분여사..를 아직못본 무비매니아에게 꼭 권해드리는 엉터리리뷰 (2) spitzbz 07.09.24 1140 6
58235 [권순분여사..] 기대이하이지만 웃음과 위트가있다 (1) ex2line 07.09.23 1053 8
58160 [권순분여사..] 정말 재미있던 영화였어요 ㅎ (2) jrs0610 07.09.23 857 9
현재 [권순분여사..] 즐기는 영화로 좋아요~ (3) kukuku77 07.09.22 848 8
58094 [권순분여사..] 좋은 영화 ^^ (1) meyoung36 07.09.22 900 10
58080 [권순분여사..] 권순분여사님 화이팅!! (1) hongwar 07.09.21 804 9
58054 [권순분여사..] 역시 권순분.. (1) queerjung 07.09.21 760 8
57998 [권순분여사..] 오랫만에 웃어보는 정통코미디 (4) madboy3 07.09.20 970 10
57909 [권순분여사..]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을 보고... (1) vnf78 07.09.18 1735 8
57907 [권순분여사..] 긴장감 제로...웃음지수 피식...스토리라인-중증 골다공증 (6) sid15033 07.09.18 20816 21
57879 [권순분여사..] 돈이 문제죠.... (2) gagooda 07.09.17 1056 8
57861 [권순분여사..] 이 영화는 두 배우에 대한 기대로 인해 보게 되었다. likehaeil 07.09.17 1075 9
57855 [권순분여사..] 올만에 웃어본듯..;; (2) ehgmlrj 07.09.17 913 9
57823 [권순분여사..] 코믹영화의 첫번째 관전포인트는 재미 (1) mchh 07.09.16 1123 11
57806 [권순분여사..] 소소한 재미가 쏠쏠 묻어나는 영화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느낄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remon2053 07.09.15 1192 8
57761 [권순분여사..] 나문희선생님 정말 어머니같은 훈훈함에 감동..ㅠ (4) ydscj26 07.09.13 1092 12
57744 [권순분여사..] 권순분여사.ㅎㅎㅎ (1) youngha34 07.09.12 1117 9
57724 [권순분여사..] 주연조연모두빛나는영화 (1) sexyori84 07.09.11 1179 8
57721 [권순분여사..] 발군의 연기력을 펼치는 나문희 여사님 (1) fornest 07.09.11 1128 9
57616 [권순분여사..] 유쾌한 가족영화~~~ (4) jjs20021108 07.09.07 1270 9
57551 [권순분여사..] 참으로 유쾌한 영화 (4) aegi1004 07.09.05 1368 7
57508 [권순분여사..] 납치범이 인질한테 끌려다니고.ㅋㅋㅋ 엄청난 순분여사의 포스 (2) o2725486 07.09.03 1348 10
57505 [권순분여사..] 납치범을 가르치다.. (2) moviepan 07.09.03 1373 9
57504 [권순분여사..] 웃길 땐 확실히 웃기고...생각할만한 사회의 단면까지 담아낸 좋은 영화 joynwe 07.09.03 1298 12
57500 [권순분여사..] 예전과 다른 액션 코미디 (1) solomon6 07.09.03 1247 8
57497 [권순분여사..] 권순분.그녀를 할머니라고 우습게보면 큰일난다 (1) maymight 07.09.03 1206 4

1 | 2 | 3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