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감독. 무려 3년만에 신작을 들고 왔다. 역시나 코미디!! 안병기 감독이 공포만 파는 것처럼 김상진 감독도 코미디를 판다. 그래서 이런 특정 장르만 하는 감독들의 영화가 더 기대되기 마련. 늘 새로운 방법으로 웃겨야 하는 코미디가 어렵긴 하지만, 남녀노소 나이불문하고 온 국민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추석시즌을 맞아 코미디를 가지고 찾아왔다. 역시 그만의 장기를 살려서 그의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들은 마음껏 웃고 갈 수 있다. 그의 영화는 꼭 독특한 캐릭터가 하나씩 있었는데, 이번에는 거인녀의 등장으로 영화가 한결 더 웃기면서 나문희의 비상한 계략에 의해 영화가 매끄럽게 흘러갔다. 톡톡 튀는 에피소드가 있을 지언정 톡톡 끊어먹는 에피소드 없이 쭈욱 연결되면서 편집에서도 잘 짜맞추어 웃음을 준다.
나문희가 웃음을 준 것은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에서, 그리고 최근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였다. 그 외에는 그냥 보통 중년 연기자가 그런 것처럼 조연으로 나오긴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연자리를 꿰차면서 거침없는 그녀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납치를 당한 인질의 입장에서도 한국의 어머니들이 말씀하시는 밥을 챙겨먹냐고 걱정을 하더니, 아예 납치 계획에 대해 묻는 대담함까지 선보인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순히 재밌게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대한민국의 자식들에게 호통치는 모습이 나문희로 하여금 대변한다. 감동은 있었지만, 교훈은 없었던 그런 그의 작품에서 이 2가지가 한꺼번에 다가오니 조금 부담되긴 했지만, 마지막에 코믹하게 마무리함으로써 깔끔하게 끝난다. 2가지의 교훈이 있다. "돈에 미쳐살지 말고, 부모에게 잘해라.","물고기를 주는 대신 낚시를 가르쳐라" 앞에 내용은 많이 봐왔다. 권순분 여사가 납치당했는데 그의 자식들이 하는 짓이라곤 쯧쯧쯧. 결국 그녀는 때려서라도 애들을 바로잡겠다하고 정신 못차린 자식들에게 큰소리 빽빽 지르면서 훈계한다. 저렇게 끝나면 솔직히 조금 식상하지 했지만, 뒤의 교훈이 더 감동이다. 영화 속에서 억지로 찾으려는 교훈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 납치범들은 딱 그들이 요구한 돈이 있었다. 그 돈이면 그들은 그 순간에서 해결이 된다. 더 큰 돈을 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의 나쁜 버릇이 계속 될까 권순분 여사가 물고기는 조금 주고 대신 낚시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들은 남의 것을 훔쳐먹는 도둑이었다가 권순분으로 인해 어엿한 낚시꾼이 된 것이다.
김상진 감독은 역시 모험을 하진 않았다. 나문희씨를 데려오는 대신 같이 작업했던 유해진과 강성진을 좌우팔에 둠으로써 그래도 안정을 취했고, 거기에 유건까지 합세했다. 그리고 <해리포터>시리즈에 "해그리드"가 있다면 <권순분>에서는 "안선녀"가 있었다. 나문희의 구수한 사투리와 인질답지 않은 그녀의 포스에 웃음짓는 것도 많았지만, 거구 안선녀가 힘을 선보이는 것에 더 재미있었다. 게다가 유해진과의 사랑이야기는 더욱 웃음을 자아냈다. 이 부분이 솔직히 가장 불안불안한 사건이었다. 너무 어설프게 설정했다가는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흐를 뻔 했지만, 열심히 일하는 시골총각 유해진에다가 그 곳에서는 튼튼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에 비추어볼 때 가식적이지 않은 그들만의 순수한(!)사랑으로 표현되었다. 물론 어린 아이를 보면서 이 거대한 계획이 무산될 뻔도 했다. 가장 어색한 장면 중 하나였는데, 거사를 앞두고 바로 다 포기라니. 하여튼 사리분별이 밝은 분 덕택에 위기를 모면하고 해피엔딩을 향하여 계속 달린다.
박상면과 나문희가 나누는 훈훈한 이야기를 마무리로, 마지막에 그들이 경쟁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보는 내내 유쾌하면서 그 안에 나문희와 그 자녀들에 대한 모양새가 비춰질 때는 옆에서 같이 분노했지만, 나 또한 어머니에게 저런 자식이 아닐까 한 번 생각해보았다. 추석도 다가오고, 매년 하는 연례행사지만 이번에는 꼭 부모님께 효도 한 번 하자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이름 하나만으로도 폭소를 터뜨리게 한 그의 영화지만, 영화 속 나문희의 표정을 보면서 쓸쓸한 모습이 대한민국의 어머니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까 한다. 특히 요즘 세상에 귀하디 귀한 자식이라 해서 막 퍼주고 있는데, 그 일방적인 사랑을 받은 당사자들이 이 영화로 깨우치는 게 좀 있음 좋겠다. 글쎄.. 영화보고 나서 생각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영화 볼 때는 재밌는 면이 훨씬 많다. 2시간 그렇게 웃고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돌이켜 볼만한 영화다.
하나 분명히 말하자면, 팜플렛이나 줄거리는 영화의 줄거리에 1/4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 유괴가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면서 범인과 형사간의 치밀한 두뇌싸움에 스릴러 못지 않은 박진감도 선보인다.김상진 감독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냈지만, 그 영화중에 그 과정이 가장 치열한 스릴러 코미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