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면 극장가 역시 이른바 ‘추석대목’을 한껏 누려 보려는 영화들이 속속 눈에 띄기 시작한다. 오랜 공식처럼 익숙한 추석 시즌의 성룡 영화가 그렇고, 우리나라 영화로는 조폭코미디가 그것이다. 유독 헐리웃 영화가 기를 펴기 어려운 것 역시 추석이라는 명절의 가족적인 특성과 맞물려 남녀노소가 가볍게 보며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때맞추어 관객들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어르신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함께 보며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야말로 추석을 비롯한 명절용 영화로서 손색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우리나라 영화의 기세에 조금이나마 더 부채질을 해줄 수 있기를 기대하게 하는 시원한 코미디 영화 한 편이 바로 김상진 감독의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을 김상진표 코미디 영화인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귀신이 산다] 이후 3년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이른바 김상진 감독하면 따라 붙는 여러 트레이드 마크들과 배우들이 한데 뭉쳤다는 점에서 내심 더 기대를 하게 해주는 것이다.
익숙한 코믹설정과 그 속에 버무려진 가족적인 메시지의 전달을 통한 훈훈한 웃음!!
그 제목부터 어딘지 모르게 실소를 자아내는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국밥집으로 돈을 쓸어 담는 이른바 ‘국밥 재벌’인 권순분 여사와 그녀를 납치하는 어리버리한 세 납치범들을 통해 웃음을 선사한다. 어리버리한 납치범과 그들보다 더 영리한 인질의 설정은 코미디 영화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 제목부터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안겨 주는 것은 바로 ‘권순분 여사’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한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납치 코미디 영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젊디 젊은 세 청년 납치범들이 60세도 훨씬 뛰어 넘은 할머니보다 더 여리고, 어리석하다는 설정은 그 자체부터가 코믹함을 유발한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설정, 즉 주인공이 나이들고 연약한 노인이라는 점과 더욱이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관객들이 자칫 가지기 쉬운 식상함을 던져 주며 신선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전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은 그 자체가 주는 코미디와 더불어 그 속에서 가족과 부모라는 메시지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권순분이라는 할머니와 비록 납치범이지만 각기 사연을 가진 도범, 근영, 종만이라는 세 순박한 젊은이들을 통해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가족과 부모님에 대한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해주기도 한다. ‘납치’라는 소재가 그리 유쾌한 소재는 아니지만 그러한 소재와 코미디를 접목 시키고, 나이 지긋한 할머니와 세 젊은이를 통한 엉뚱하지만 재치있는 이야기 속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부모님에 대한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코미디를 통해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그 매력이 듬뿍 담긴 것이 바로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다.
과장된 코미디와 인간적인 유머의 적절한 결합이 만들어 내는 밝아진 김상진표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아마도 김상진 감독의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주유소 습격 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귀신이 산다]등 내놓는 작품마다 독특하고 기발한 코미디로 흥행을 이어갔던 감독이기에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역시 김상진 감독이라는 이름에 많은 기대와 3년만의 신작이란 점에서 호기심까지 가질 만 할 것이다.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는 그야말로 김상진표 코미디를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작품들 보다는 한층 더 인간적인 모습의 유머가 가미되었다는 점에서 그 특색이 있다. 그의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이른바 (동물이든 사람이든 간에) ‘떼거지’ 집단들과 생뚱맞게 등장해서 웃음을 주는 엉뚱한 캐릭터들, 그리고 가벼운 웃음 속에서 툭 하고 내던지는 사회적 풍자까지 김상진 감독의 코미디 영화에 항상 공식처럼 등장하는 그러한 요소들이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서도 그대로 묻어나 있다. 하지만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언제나 그 공식들만을 부각시켰던 전작들에 비해 주인공부터 주변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하나하나에 보다 인간적인 느낌들을 살려 내면서 한층 아기자기하고, 인간적인 유머로써 웃음을 주고 있다. 이웃집 할머니처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시종일관 잔소리를 하면서도 납치범이지만 끼니며, 고민상담이며 하나부터 열까지 자식처럼 챙겨주는 권순분 여사의 캐릭터는 바로 영화가 주는 코미디의 개성과 웃음의 색깔을 결정지어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권순분 여사를 둘러싼 어리버리한 세 납치범들과 부모 보다는 돈 걱정이 우선인 그녀의 네 자식들, 생뚱맞으면서도 기발한 ‘거구녀’의 등장과 진지함이 오히려 더 코믹한 경찰 재도까지 오버스럽고 과장된 주인공들과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의 사건들로 웃음을 주던 전작들과는 달리 인간적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아기자기하면서도 잔잔한 코미디를 구사한다는 것이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 담긴 김상진표 코미디의 또다른 변화이자 매력이라 하겠다.
카리스마와 인간냄새 가득한 매력덩어리 권순분 여사를 통한 중견배우 나문희의 파워넘치는 연기내공!!
‘권순분 여사’라는 제목에서도 그대로 엿보이듯이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한 할머니가 납치의 대상이자 주인공이다. 다만 돈이 좀 많다는 것뿐이지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인 할머니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영화 속에서 60세가 넘은 중견배우들이 주인공으로서 활약을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영화 속에서 감초같은 조연으로는 그 어느 배우들보다 눈부신 활약을 하는 것이 중견배우의 파워이지만 정작 메인 주인공으로서 중견배우들의 활약을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주인공인 권순 여사를 연기한 나문희라는 중견배우의 연기 내공과 매력에 듬뿍 빠져들 수 있는 영화이다. 디카를 들고 다니며 사진도 찍고, 모르는 길은 핸드폰 길찾기 프로그램으로 찾는가 하면, 어리버리한 납치범들을 오히려 가르쳐서 더욱 치밀한 납치계획을 세워주고, 납치범들을 자식들처럼 챙겨주기까지 하는 어찌보면 평범함 속에서도 비범함을 갖춘 캐릭터이다. 이러한 권순분 여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시종일관 관객들의 웃음을 자극하는 나문희의 연기는 역시나 오랜 연륜에서 묻어나는 능수능란함과 능청스러운 코믹연기, 훈훈하면서도 편안함까지 두루 전달함으로써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을 단순히 과장되고 식상한 코미디 영화로만 비치게 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인간적이고 감동어린 연기로써 언제나 진정한 배우의 힘을 느끼게 해주었던 나문희 이기에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서 보여주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능청스럽고, ‘정(情)’이 넘치는 코믹연기가 더욱 실감나고 기분 좋게 다가온다.
강성진, 유해진, 유건, 박상면 등 끊임없이 즐거움을 주는 코믹연기의 결정체!!
권순분 여사라는 메인 주인공을 연기한 나문희가 영화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 주었다면 그와 함께 영화를 아기자기하고, 유쾌하게 만들어 준 것 역시 배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에 있다. 김상진 감독의 작품 속에서 단역부터 조연까지 꾸준히 출연해 온 단골 배우들인 강성진과 유해진의 활약은 역시나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이라는 그들의 수식어를 실감하게 해준다. 임신한 아내의 보석금을 위해 납치를 결심하지만 자기들보다 더 치밀한 할머니에게 오히려 당하는 도범을 연기한 강성진은 특유의 까칠함 속에서 코믹함을 보여주며, 출연작마다 개성있는 캐릭터로 폭소를 터지게 하는 유해진은 이번 영화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코익연기와 재미있는 캐릭터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납치에 가담한 어리버리하지만 예쁜 눈망울 가진 훈남배우 유건 역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권순분 여사를 납치하지만 오히려 힘없는 할머니와 역전이 되는 어리숙하고 순박한 세 납치범을 연기한 강성진과 유해진, 유건은 중견배우 나문희의 든든한 코믹연기와 더불어 솔솔하면서도 알찬 코믹연기로써 끊임없는 관객들을 웃게 해주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 왠지 진지함이 더 코믹한 배우 박상면 역시 납치당한 권순분 여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카리스마 있는 경찰 종대로써 즐거움을 더해 준다. 이후 [상사부일체]를 통해서도 코믹연기를 보여 줄 박상면은 시종일관 무표정하고 무게감있는 모습이지만 치밀하고 계획적인 납치범들과 권순분 여사에게는 항상 한발 늦는 재도라는 캐릭터로써 개성있는 코믹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권순분 여사와 납치범들을 도와 주는 ‘거구녀’로 출연한 연극배우 출신 박준면은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속에서도 가장 개성있고, 기발한 코미디로 관객들에게 폭소를 터지게끔 해주는 데, 그녀의 활약을 보는 것 역시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시원한 코미디로 찾아 온 김상진 감독의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기존의 김상진표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보다 훈훈하고 기분 좋은 유머로써 즐거움을 안겨 줄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권순분 여사’를 연기한 나문희의 연기내공은 코미디 영화에서도 주인공으로써 손색없는 중견배우들의 힘과 매력을 실감하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강성진, 유해진, 유건, 박상면 등이 보여주는 코믹연기와 군데군데 어김없는 등장하는 김상진 감독 스타일의 코믹설정들은 시종일관 즐거움을 준다. 이와 함께 시원한 웃음 속에서도 잔잔하고 훈훈한 메시지까지 담겨 있는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올 가을 부모님과 함께,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극장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만한 유쾌한 코미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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