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릴러는 많은 분들이 즐기면서 보는 장르다. 이 둘을 비교하긴 그렇지만, 공포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은 스릴러에 별로 무서움을 못 느끼고, 스릴러 영화를 공포영화로 착각해서 갔다가 보고 나온 뒤 "무서운 장면이 없었다","하나도 안 놀랐다" 식으로 영화를 깎아내리곤 한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 <1408><4.4.4>가 홍보는 공포영화처럼 해서 보고 온 사람들이 "낚였다"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이 두 영화는 그런 표현을 받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영화다. <두사람이다> 또한 마찬가지다. 이 영화도 공포보다는 스릴러 장르에 염두를 뒀다고 생각해야 하고, 깜짝 놀라는 장면이라야 <레지던트이블2>에 나오는 피범벅된 고깃덩어리 같은 괴물이 몇 번 나오는 게 다다. 그리고 꽤 피가 많이 나온 것 뿐. 그런 장면에서 공포는 별로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과 관련된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던 사람의 공격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원래 보통 제목에서 그 영화 내용을 유추하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봐서 더 스릴을 느낀 듯 싶다. 포스터에는 윤진서 옆에 두사람이 서 있어서 이 둘과 연관된 것처럼 묘사해서 영화 볼 때 그 점을 신경써서 봤었다. 이 두사람이 굉장히 영화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두사람이다라는 의미의 사람은 아니었다. 미스터리의 인물로 나오는 사람한테 중점을 두면서 도대체 이 제목에서 말하는 두사람이 누구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영화를 보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함을 권고드린다.
오프닝부터 살벌하다. 놀라지 않으려 했으나, 눈을 부릅뜬 시체의 빠른 행동으로 확 공포수위를 올려놓고, 화목한 가정의 한 여고생 이야기로 얘기가 돌아간다. 그 가정은 고모의 살인사건을 목격한 가인(윤진서)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흥미진진해진다. 친구가 공격하고, 담임선생님도 죽이려 하고, 펜싱친구조차 그녀를 살해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석민(박기웅)이 전혀 도와주지는 않지만, 주변을 맴돌면서 "아무도 믿지마"만 말하고 사라진다. 가인은 더욱 공포에 시달리고, 이제 가족까지 믿을 수 없는 처지에 왔다. 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강원도 홍천에 갔다 오고(이 장면은 사족?) 그 뒤로 더 끔찍한 일이 일어지고, 드디어.. 포스터에 있던 윤진서 옆 두 사람의 정체가 밝혀진다. 중간중간 "사람 없다니까 안전하겠지","네가 먼저 그 사람들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건 아닐까?","넌 아무 잘못도 없는데 당한다고 생각해?","난 네 손에 칼을 쥐어준 거 뿐이야. 찌른 건 너고.." 이런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영화가 끝나도 기억에 남는다.
<선물><작업의정석>으로 연속 히트를 한 오기환 감독의 새로운 도전.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 속에 품었던 인간의 악한 마음"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스크린에 잘 펼쳤다. 게다가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트렌디 공포영화를 탄생시켰다. 이미 전 두 작품으로 감독에 대한 신뢰는 있었고,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내용 자체도 탄탄했다. 귀신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 괴물이 영화속에 나오긴 하지만, 깜짝 놀라는 걸로 따지면 조금 약한 편이다. 그러나 다량의 피를 사용해서 그 잔혹함을 마음껏 펼쳐보임으로써 무서움을 강조했다. 윤진서의 침대 피바다 되는 씬이 별로 맘에 들진 않았지만, 막내 고모가 첫째 고모를 무참하게 죽이는 장면이 윤진서와 같은 시점에서 본 카메라 내용인데 피를 나눈 자매를 그렇게 공격했다는 것에 너무 끔찍하면서 피를 뒤집어써서 더욱 잔인함을 자아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것 하나는 정말 잘 표현했다!!
윤진서, 이기우, 박기웅. 이 세 사람은 공포는 첫 도전이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원작이 있다고는 하나 배우들의 연기가 없으면 당연히 영화는 살지 않는다. 윤진서는 좀 작품을 찍었다 쳐도 솔직히 이기우와 박기웅의 연기력은 검증받았다라고 표현하긴 아직 이르다. 어떻게 보면 모험일 수도 있었겠지만, 특히 윤진서는 와이어씬과 (실제 피는 아니겠지만) 다량의 피를 계속 맞았고, 가인의 주위에서 계속되는 사건때문에 가인은 죽지 않기 위해 피하고 도망치고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수난을 당한다. 양호실에서, 탈의실에서, 집앞에서, 집안에서. 계속 자신을 노리고 있기에 부딪치고 넘어지고 하지만 몸소 그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하여 가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포를 증가시키는데 한몫했다. 이기우의 따뜻한 남자친구와 변모하는 모습을 잘 표현했고, 미스터리 동급생으로 나오는 박기웅의 머리카락 내리고 날리는 무서운 썩소 표정 하나는 끝내줬다고 생각한다. 내용도 짜릿했지만, 연기도 꽤 좋았다. 짧았지만, 서유정의 피를 뒤집어쓴채 만족해하는 얼굴은 굉장히 섬뜩했다.
만화 공포를 원작으로 한 <아파트>를 극장에서 봤을 때, 안병기 감독이어서 더욱 믿음이 갔지만 아주아주 느린 전개에 영화관에서 곤혹을 치른 적이 있었다. 졸음을 참고 봤지만, 결과도 실망... 그러나 <두사람이다>는 뜻밖에 즐거움을 주었다. 특히 올해에는 공포영화가 많이 개봉했고, 많이 봐서 그리고 최근에 <기담>을 보아 더이상 기대할 것도 없었지만, 스릴러 장르면에서는 꽤 느낌이 오래갈 영화라고 생각한다. 피가 많이 나와서 피만 봐도 소름끼치는 분은 피해야겠고, 원작 본 사람은 단순히 스크린으로 옮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추천을 드리지는 못하겠지만, 공포 말고 스릴러에 중심을 두고 본다면 그 '두 사람' 때문에 극장 나오면서도 "난 어떨까?" 생각해보지 않을까? 게다가 전개도 빨라서 졸음? 그런 거 느낄 새도 없이 84분의 짧은 시간이 후딱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