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국산 호러-를 보러 가는 건 마음의 준비는 하고 가야 하는게 사실입니다.
인형사의 악몽 가위의 저주 아파트의 우울 기타 등등...
어마어마하게 어색한 -신인-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을 이루는 어마어마하게 어색한 문어체 대사들의 압박을 겨우 이겨내며 내용과 이미지에 몰입하려 들면
뜬금없는 마데 인 코리아 산-가야코- 라던가 -사다코-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는데 좌절에 좌절에 좌절.
하지만 언젠가
극장에서 보길 잘했어 라고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장화홍련-이나 -알포인트- 같은 영화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에 열심히 지뢰밭을 피하며 보던 요즘
드디어 한줄기 빛을 만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세밀하게 연출된 이미지들. 묘하게 절제력있으면서도 힘있는 배우들의 연기.-공포에 질린 아역배우의 연기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구성이 너무 뻔한거 아닌가? 싶지만 그 뻔한 구성을 잔잔하면서 힘있게 몰아가는 연출.
신인 감독들이 만든 입봉작라고 믿겨지지 않게 세련됬습니다.
3개의 에피소드들이 왠지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퍼즐형 구성이 아닌 각기 독립된 에피소드를 한 공간에 밀어넣었다는 측면으로 생각해본다면 나쁘게 생각할 것도 아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잘 나가다가 신파로 몰아가는 호러의 -연출력이 부족한 감독들이 마지막 드라마틱한 구조를 노리려고 자주 써먹더군요.- 이단 옆차기스러운 구성을 증오하는 제 개인적인 영화관에서 조금 물러 날수 있을 정도로
서글픈 마지막 이미지를 -이건 서글픈거야!- 라고 말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가 애잔한 이미지를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연출 방식과
담담하게 이어지다 긴장감 고조감 만빵의 음악과 -OST가 정말 좋더군요- 함께 엮어지는 비쥬얼 등이 인상 깊었습니다.
문제는 -스토리가 개뿔도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라는 중립적인 의견들이 많다는 것인데
솔직히 호러 영화를 미친 듯이 보는 저로써는 2000년이 지나 만들어진 호러 영화중 진정으로 -무섭게 봤네- 라고 말할 수 있는 호러 영화는 없었습니다.
다만 -잘 만들어진 호러 영화- 라는 타이틀을 줄 수는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기담은 그 축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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