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기담>은 만족이었다.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평들이 괜찮은데...
<기담>은 호러 영화가 흔히 하는 짓거리,
그러니까 "나 무섭지?"라는 티를 내지 않는다.
그저 제목처럼 기이한 이야기를 던져주고
그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가는데 거기서 공포가 묻어나온다.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무언가 서늘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한 후
기이한 이야기를 풀어가니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올 수 밖에...
(<식스센스>도 그렇잖은가.)
아름답고 슬프고 쓸쓸한 이야기.
무지막지하게 매끄럽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기담>은 최대한의 매끈함을 유지했고
첫번째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를
시간의 역순으로 보여줘 마지막 그 날 저녁에서
한 곳에 묶어버리는 진행 방식.
그리고 뒤에 나오는 꽤 쏠쏠한 반전.
놀래키기도 정말 간 떨어지게 놀래키고
섬짓한 장면 또한 정말 비명이 나오게끔 섬짓하다.
음향도 효과적으로 잘 살렸다.
(내 뒤에 있던 여학생들은 아예 조명이 어두워지고
음향이 끼익끼익 거리면 눈을 감고 엎드리더라...)
암튼, 난 이 영화를 통해 고주연이라는 어린 배우를 알게됐다.
작품은 꽤 되어도 나는 <기담>을 통해 처음 봤는데,
공포에 질린 그 연기를 어찌나 그렇게 실감나게 하는지...
영화의 처음, 현재의 정남의 집에서 딸과 얘기하는 장면.
그 장면에서 나는 저 교복입은 학생은 누굴까 했다.
그 정체는 영화를 보다보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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