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모두 사망한 끔찍한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은 소녀(고주연)를 보살피는 젊은 의사 수인(이동규)이 이끄는 두 번째 이야기는, 기이한 첫 번째 이야기와 애절한 세 번째 이야기의 중간에서 극한의 공포에 치중한다. 사고의 희생자들이 밤마다 소녀를 괴롭히고, 수인은 최면요법을 사용하여 악몽의 원인을 찾아낸다. 가장 사랑했던 존재를 두려워해야 하는 딜레마, 죽음보다 끔찍한 죄책감 등 다양한 색깔의 공포가 맞춤한 이야기 안에서 제자리를 찾는 가운데, 이 모든 것이 서로 다른 의미의 사랑이 빚어낸 비극임이 밝혀진다. 장중한 관현악 연주가 과도하게 등장하는 등 슬픈 공포를 강조하는 한국식 공포영화의 허점이 불거지기도 하지만,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이미지마다 이유를 설명해내는 꼼꼼함은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미덕이기도 하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정남을 비롯한 의학도를 가르치게 된 인영(김보경), 동원(김태우) 부부의 이야기는 “그때까지 아내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동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와 함께 관객은 인영이 실은 일본에서 사고로 죽은 몸이고, 동원이 보고 있는 것은 사랑했던 그녀의 영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혼의 존재는 믿고 싶어요. 인간에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요?”라는 동원의 말은 이 사랑 이야기의 시작이자 주제. 병원 전체가 의문의 연쇄살인에 휘말리고,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 세 가지 이야기는 모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맥없는 반전의 반복 탓인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매끈하게 매듭짓기에는 다소 힘이 부치는 느낌이다.
이 모든 기담 속에서 살아남은 1971년의 정남은 젊은 그들의 혈기로 가득했으나 이제는 폐허가 된 병원을 돌아보며 외로웠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병원을 채운 것은 결국 슬픔이나 공포가 아닌, 간절함이다. 일본식 가옥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촬영이며 미술 외에,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빛바랜 옛 사진의 주인공들이 간직했을 생생한 감정을 상상하는 아득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2년이 넘는 제작기간 동안 형제 감독이 사촌형제 감독으로 바뀌고, 독특한 시나리오의 구조 역시 숱한 변화를 겪은 끝에 완성된 이 영화는, 온갖 ‘넘치는 의욕으로 성급하게 완성한’ 올해의 한국 공포영화 중 과유불급의 교훈을 잘 알고 있는 단 하나의 공포영화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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