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경성, 사랑마저 공포가 되다.
사랑이 공포감을 초월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은 공포감이 사랑을 초월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든 괜찮습니다.
2007년 여름의 '기담' 은 여러분의 대답을 확실하게 확신시켜 주거나, 확실하게 부정시켜 주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니까요.
1942년 경성의 안생병원에서 일어난 기이한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처럼 기승전결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어렵게 이야기하지도 않아요. 옴니버스 형식입니다.
다만 아름다운 장면에 정신을 빼앗겨 긴장을 풀지 마세요.
외로움을 느껴 쓸쓸해하는 순간, 어느새 당신은 슬픈 공포감과 마주칠 테니까요.
안생병원의 한 의대 실습생과 죽어서까지도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여고생 시체와의 사랑,
그를 비롯한 다른 실습생들을 이끄는 한 의사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녀 환자와의 사랑,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병원에서 근무하는 엘리트 의사 부부의 사랑.
이 이야기는 이 세 사랑에 관한,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슬픈 이야기입니다.
쓸쓸함과 처연함과 아름다움과 공포를 동시에 지닌 영화를 찾기란 쉽지 않죠.
기담은 충분히 매력적인 고고한 아름다움을 지닌 공포영화입니다.
품격있고 격조 높은 공포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께,
안생병원에서의 기이한 이야기(奇談)를 감히 망설임 없이 추천합니다.
어쩌면 집착일지도 모를,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들의 사랑 때문에
이 영화는 더욱 처연해 보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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