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시작하고부터 끝나고 나서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중대한 역사적 사실을 오락적 측면으로만 드러내면 분명 쌍욕먹기 십수고 그렇다고 지리하게 그려내면 또 욕먹는게 이런류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실미도나 이번 5.18민주항쟁을 다룬 이 영화만 보더라도 참 아이러니해지는 부분이 있다. 왜 과연 우리는 국사시간에 이러한 이야기를 배우지 않았었는지. 임진왜란1592, 태정태세문단세만 기계적으로 외웠지 이러한 과거사에 대해 시대적배경이며 당시사항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전혀 듣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인지라 매체나 어른들의 이야기로만 듣는 것이 전부였는데 영화를 통해서 본 그때의 참담함은 쉽사리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국민학교 때를 돌이켜보면 포스터를 그릴땐 항상 북한사람들의 눈썹은 화가 나있었고 미국은 무조건 좋은나라이며 일본은 우리를 침략한 쪽바리이고 아프리카인은 무조건 궁핍하다고 배웠다. 정작 태어나기 2년전 정권차지를 위한 전쟁에 우리 국민들이 둘로 나눠 피를 튀기며 싸운 역사를 왜 이제서야 영화를 통해 만나게 됐고 만나야만 하는지... 그 시대를 잘 몰라서 그런지 보는 내내 눈물이 많이 났다. 영화의 내용은 내가 알고 들었던 5.18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엔딩에 보여진 상상속의 장면인데 이요원과 김상경이 결혼식을 올린다. 극중 연인이었던 이 둘의 결혼식엔 영화속 등장했던 인물들이 하객으로 나오는데 모두들 웃고있다. 하지만 이요원의 표정은 어둡기만한데. 왜 이렇게 표현했던 것일까? 내 나름대로의 생각은 최후의 엄포를 선언한 계엄군에 맞선 시민군은 도청을 떠나지 않는다. 결국 거기서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 데 이요원의 슬픈 표정은 죽은 이들의 슬픔을 대변하여 기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그리고 결전이 있기에 앞서 새벽 그녀는 광주시내를 돌아다니며 광주를 지키기 위해 죽어가는 이들을 잊지말라고 울부 짖으며 방송한다. 이것은 내용에서만이 아닌 곧 이 영화의 주된 메세지인데, 그렇다 그녀의 입과 표정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비록 시간은 지나고 언론에서 오랜시간 이 사건을 엄폐했지만 그날의 희생을 알지못하는 이들에게 정당한 과거에 대한 일깨움을 고하는 것이다. 혼자 살아남은 그녀의 표정이 어두울 수 밖에 없는 현실. 분명히 역사는 바로 서야하고 그들의 희생 또한 길이길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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