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뼈대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특수효과로 떡칠을 하거나 스산한 음악으로 무장을 해도
정작 "이야기"가 부실하면 어쩔 수 없이 관객에게 외면을 당하게 된다.
근래 줄줄이 나온 한국 공포영화(라고 불리는 일군의 무리들)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도대체, 영화에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폼 잡고 적당히 어둡게 화면 잡아 주고 음악 싹 깔아주면 무서울 줄 안다.
비명 몇 번 지르고 사다코 닮은 애들 기어다니면 공포인 줄 안다.
그러나 <기담> 과감하게 그런 병폐와 거리를 둠으로써 경쟁력을 갖는다.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세 편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중심축(안생병원)으로 묶어 이야기를 엮어 내면서 스산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안정적인 공포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즉 탄탄한 이야기가 베이스를 깔아주기에 공포가 창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덕분에 <기담>은 근래에 나온 한국 공포영화 중에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이는 마치 오래전 <이벤트 호라이즌>을 봤을 때의 그 느낌이다.
스산한 분위기가 뒤통수를 가격하는 공포!
<기담>은 이야기가 살아있을 경우 어떠한 공포를 완성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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