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한올 한올 손들여 짠 핸드메이드 명품의 질감이 느껴집니다.
공들여 짠 레이스처럼 언뜻 약해 보이는 선들이 얽혀있지만 그 연결은 견고하고, 아른아른 레이스 사이로 살결이 비치듯 아름다운 환각과 현실이 교차하며 영화의 결을 살려줍니다. 그러면서도 군데군데 물든 핏빛이 섬뜩한... 1940년대 서양과 일본, 조선 전통 문물들이 뒤섞여 있는 공간들을 만나는 기쁨은 덤이죠.
깜짝 놀래키기에 목숨을 거는 개연성 없는 영화나 피칠갑에 이유불문 난도질 공포 영화에 질려가다가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 공포영화의 수작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한 번쯤 봐둘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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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유학 중이던 엘리트 의사 부부 인영(김보경)과 동원(김태우)은 갑작스레 귀국하여 경성 최고의 서양식 병원인 ‘안생병원(安生病院)’에 부임한다. 이들은 병원 원장 딸과의 정략 결혼을 앞둔 여린 의대 실습생 정남(진구), 유년 시절 사고로 다리를 저는 천재 의사 수인(이동규)과 함께 경성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경성을 흉흉한 소문으로 물들인 연쇄 살인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어느 날 자살한 여고생 시체, 일가족이 몰살한 교통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은 10살 소녀가 실려오고 병원엔 음산한 불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마다 비밀스런 사랑을 품고 한 곳에 모이게 된 이들은 다가오는 파국을 감지하지 못한 채 서서히 지독한 사랑과 그리움이 빚어낸 섬뜩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고, 경성을 뒤흔든 비극의 소용돌이가 점점 더 그들 앞에 옥죄어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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