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바에 비해 너무 크게 벌린 일...
짐 캐리의 원맨 쇼가 돋보였던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브루스의 라이벌이었던 에반 벡스터는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로 하원의원에 당선된다. 아무래도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을 테니 한국이나 미국이나 TV 앵커가 선거에 나오면 확실히 유리하긴 하나보다. 어쨌거나 하원의원이 된 에반은 교외에 큰 집으로 이사가고 가족들은 즐거워하며, 등원하는 첫날 실세의원이 법안 통과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모든 일이 순조롭다. 그런데 갑자기 시계가 6시 14분에 울리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꼬이기 시작한다. 집으로 배달되는 나무와 공구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서는 '초심자를 위한 방주짓기' 교본을 건네주는 신.
신은 곧 거대한 홍수가 닥칠 거라며 에반에게 방주를 지으라는 명령을 내리고, 갑자기 동물들이 짝을 지어 에반을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국회에서는 실세 의원 롱이 개발제한 구역 내에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에반의 도움을 기대하지만 에반은 외모부터 노아처럼 변해버린 후 방주짓기에 열중하느라 정직을 당하기에 이른다. 과연 신은 왜 방주를 지으라 하셨는가?
영화는 짐 캐리라는 걸출한 일인에 의존했던 전편에 비해 코믹한 요소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방주를 완성할 때까지의 과정이 성실하게 그려지며 따라서 보는 사람의 집중력을 서서히 끌어 올리는 힘이 있다. 중간 중간 던져지는 교훈도 괜찮은데, 예를 들면, 남편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인에게 신은 다음과 같은 애기를 해 준다. "가족의 사랑을 구하는 기도를 하면 신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냥 줄까요? 아니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상황을 줄까요?"(사람의 기억은 부정확하므로 정확한 텍스트는 아니고, 하여튼 대충)
그러나 성실하게 끌고 왔던 이야기는 방주가 완성된 후 클라이막스로 올라가지 못하고 마치 배가 물살에 떠내려가듯이 밀려 내려가 버린다. 도대체 왜 방주를 만들라하고 온갖 동물과 사람을 태웠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돼 버린 것이다. 신이 내린 자연을 개발의 희생양으로 삼는 일부 정치인들을 혼내고 사회적으로 환경 메시지를 던지려 한 건 알겠는데, 고작 그 정도 일침을 주기 위해 벌인 일 치고는 너무 어마어마한 것 아닌가 싶다. 실제라면 죽은 사람들이나 동물들도 많았을 듯... -,-;;
어쨌거나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매우 선한 지점에 서 있음은 분명하며,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적당하다. 브루스에게 줬던 능력은 주지도 않고 일만 시키는 신이 좀 얄미워보이기는 해도 코미디 영화 답게 수많은 동물 커플의 등장이나 탑승장면은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특히 영화가 다 끝나고 신이 내린 '모두 춤을 추라'는 새로운 계명에 맞춰 출연진과 스텝들이 한바탕 신나게 춤을 추며 끝내는 마지막은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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