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배우가 펼치는 평범한 스릴러....
대학교수이자 범죄심리학자로 존경받는 잭은 강의실로 가던 도중 88분 뒤에 죽게 된다는 협박 전화를 받는다. 유능한 범죄심리학자인 잭은 주위 사람들에게 혐의를 맞추고 추리를 해보지만, 쉽지 않다. 범인은 눈깜짝할 새 칠판 등을 이용, 남은 시간을 알려준다. 바로 잭이 죽을 시간을.
잭 그램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인 존 포스터의 유죄를 확정짓는 결정적 진술을 해서 피해자들의 영웅으로 떠받들여지고 있지만, 사형 집행을 눈앞에 둔 살인자는 잭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며 떠들어대고, 시청률을 고려한 TV 방송은 사형수의 입장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을 방영, 잭을 코너로 몬다. 잭은 자신을 죽이겠다는 협박전화가 분명 그 사형수와 관계가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88분이라는 시간은 잭의 여동생이 살해 당한 아픈 과거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잭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누군가가 감옥에 갇힌 사형수를 대신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확신으로 용의자를 좁혀 나가지만 범인은 잭을 서서히 포위하며 잭을 죽일 최후의 장소로 인도한다.
스릴러로서 매력적인 구도인 88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제시하며 시작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감옥에 갇혀 있는 연쇄살인범과 그 연쇄살인범의 명령을 받는 외부의 존재라는 구도의 비슷함 때문에 1995년 시고니 위버가 주연한 <카피캣>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카피캣>에서는 정신적 명령이었던 데 반해, <88분>에서 둘의 관계는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관계라는 점에서 구분되긴 하는데,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는 <카피캣>이 확실히 높다.
<88분>은 누가? 와 왜? 둘 중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 저기 손대고 관여함으로서 보는 사람의 집중을 유지시키지 못한 채 흐트러지게 만든다. 잭의 남자 제자, 여자 제자, 개인 비서 등등을 차례차례 용의자로 비추며 나름 의심스러운 상황을 연출하지만, 그다지 유려한 테크닉으로 평가해주긴 힘들다. 가끔은 '장난하나'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게다가 마지막에 밝혀지는 범행의 이유가 너무 직접적이어서 공감을 주기엔 미흡하지 않나 싶다. 다만, 공허하면서도 속을 뚫어보는 듯한 알 파치노의 눈빛은 이 영화 최대의 미덕이다.
- 장르 : 스릴러 / 범죄
- 시간 : 95분
- 국가 : 미국 / 독일
- 감독 : Jon Avnet - 출연 : Al Pacino(잭 그램) Neal McDonough(존 포스터) Alicia Witt(킴 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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