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 영화를 잠깐 봤을 때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아직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나에게 이 영화는 여전히
엄청난 감동을 주지는 못했지만,적어도 2년 전의 그 지루하고
재미없던 영화는 아니었다.
花樣年話,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뜻이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 속에 두 주인공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한 것 같지는 않다. 두 주인공은 배우자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만 어찌할 방법을 모른다. 차우(양조위)는 정착하
지 못하고 불안한 삶을 살아갈 뿐이고, 첸 부인(장만옥)도 외도사실
을 알지만 남들 앞에서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속으로 삭힐 뿐이다.
이러한 두 주인공이 결국 자신의 배우자가 상대방의 배우자와 바람
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영화는 잔잔한 멜로로 진행된다.
서로 배우자의 입장이 되어보기로 한 두 남녀는 자신들의 처지가
똑같다는 걸 알고 알게모르게 가까워진다. 그러나 차우와 첸부인은
자신들은 배우자와는 다르다고 말하며 어떠한 스킨쉽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위로받고 서로 방법을 모색할 뿐이다.
딱히 이 영화에 이렇다고 정의할 수는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사랑'이란 걸 해야할 나이가 언젠가는 오겠지라는, 지극히 개인적
인 생각과 장만옥과 양조위는 역사 선남선녀구나라는 감탄이 다른
감상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화면적인 기술에 있어서 이 영화는 슬로우모션과 스톱모션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그 감정을 통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방법을 택한다. 장만옥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과 양조위
의 변하지 않는 헤어스타일과 검은 정장으로 '화려한 비주얼'임을
의심하지 않게 해준다. 영상미 자체에 큰 점수를 부여하고 싶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주인공들의 상대방이 나오지 않았다
는 점이다. 그들이 단지 이 둘이 만나 사랑을 하게 하는 하나의
매개체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들보다는 장만옥과 양조위
에게만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과연 이것도 사랑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들'뻔'한 영화였지만
마지막 캄보디아에서 옛사랑의 추억(그에겐 비밀이 되어버린)을
속삭이는 장면을 보고선 알콩달콩한 로맨틱코메디와는 다르게
무겁고 진지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랑'이 무엇인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 결국 둘이 이루어지지 않는 결말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해는 된다. 아니 오히려 이 결말이 더 영화를 살려주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허진호감독의 <외출>도 이와 비슷한 소재인데
과연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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