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체 유지비도 없는데 왠 고급차냐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건설 쪽에 발만 살짝 담가봐도 그게 얼마나 그 사회에선 중요한 문제인지 모른다. 자동차 하나로 이미 그 사람의 모든 것이 평가되고 판단되는 업종, 그 중에서도 가장 거칠다는 철거 전문 깡패인 필제는 어리숙한 부하 한명만 데리고 재개발 대상지인 청송마을에 도착한다. 현실에서의 철거깡패라면 그럴리 없겠지만, 어쨌든 영화 속 필제는 주민들을 설득 또는 협박해서 도장을 받기는커녕 독기 품은 주민들에게 쫓겨다니기 바쁘다.
필제는 주민들과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주민들의 순수함에 동화되고 차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망각하고 만다. 주민들을 협박해서 마을을 쓸어 버려야 할 필제는 오히려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수돗물과 인터넷 개통을 가져오고,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마을 사람들로부터 수퍼맨으로 추앙 받기에 이른다.
이 정도되면 이 영화가 무엇을 그리고 싶은 가는 눈에 환히 들어온다. 많은 비슷한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선하다는 인식에 기초해 있다. 물론 악한 사람들도 나오지만, 그들도 필제와 동일한 경험을 쌓는다면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따라서 이 영화는 어찌됐든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주연인 하지원과 임창정 이야기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다른 조연들인 이훈, 강예원의 에피소드나,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은 그래서 사람들의 눈물샘을 더욱 자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그 자체로 독립해서 살아 숨쉰다. 모든 것이 쓰러지는 냉혹한 현실의 모습에서 느닷없이 모두가 행복했다는 식의 결론으로 끝맺는 것이 생뚱맞고 어처구니 없기는 해도 필제의 변화된 모습만으로도 기적이라 칭할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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