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서 최민식에 대한 단상은 파이란에 집중된다. 물론 넘버3에서의 맞수 한석규와의 연기대결도 그 만의 독특한 연기세계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파이란에서의 연기는 회색빛 도시의 우울함을 최민식 만의 자연스런 얼굴로 담아냈던 최고의 영화로 기억되곤 한다. 이후 올드보이로 한단계 승격된 그의 명성이 ‘꽃피는 봄이오면’에 이은 이번 영화 ‘주먹이 운다’까지 좀 남발되는 듯 싶었다. 그 점은 몹시 안타까운 부분이다.
유승범은 또 어떤가. 그의 형 유승완과 떨어뜨려 이야기하기 힘든 배우이다. 유승완은 그의 전작을 통해 자기만의 색깔로 매니어층을 형성해 왔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품행제로,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장풍대작전 등 대부분 폭력이 수반되는 영화에도 많은 이들은 열광했다. 그의 영화는 대중을 지향하기보다는 매니어를 겨냥한 컬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유승완이 새롭게 내놓은 ‘주먹이 운다’는 이러한 감독과 배우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오히려 영화를 보는내내 집요하게 간섭했다. 실패한 인생 전 아마추어복싱 은메달리스트 최민식과 뒤틀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끝내 소년원에서 복역하는 유승범이 각자의 암울한 세상을 살다가 서로에게 있어서 마지막 희망인 복싱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결승에서 만난다는 것이 영화 전체의 스토리 라인이다.
그러나 영화는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다. 유승완감독이 그리는 세상은 어둡고 암울하고 폭력적이고 뒤틀린 세상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관객의 입장에서 그의 세상은 매우 낯설고 비현실적이다. 그가 그리는 세상을 동감하거나 수긍하기에는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현실과의 간극이 큰 스토리의 영화가 관객에게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요소가 영화의 사실성(리얼리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기대에 못미친다. 복싱 장면은 과잉효과 일색이다. 선수들은 지치지도 않는다. 쉴새없이 펀치를 내민다. 6회 경기를 하는데 얼굴은 만신창이가 된다. 20년전 미국영화 ‘록키’의 장면보다도 못한 장면이 계속된다.
길거리에서 맞아가며 돈벌어야 하는 최민식의 당위성, 최민식 부인이 무능한 남편을 버리고 돈많은 재력가와 결합하는 과정의 억지, 유승범 할머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경위 등은 납득하기 무척 어려운 부분들이다.
유승완 감독의 전작 ‘아란한장풍대작전’과 ‘품행제로’가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전제한 영화라는데에 편안하게 납득할 수 있었다면 ‘주먹이 운다’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게 해 매우 불편한 영화다.
다시 최민식으로 돌아와서 최민식 연기의 매력은 자연스러움이다. 그런 그의 연기가 영화를 보는 내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특히 식당 주인(천호진 역)과의 대화에서 홍수환, 김광식 등 전 복싱챔피언들의 활약상을 찬양하는 부분은 넘버3의 송광호를 연상시키는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웃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요하지만 웃음보다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유승범의 연기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시니컬한 그의 표정은 달리 연기가 필요없을 정도로 매우 자연스럽다. 난 유승범의 연기를 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와이프의 영화평... ‘내돈이 운다’ 이게 정답이다
(총 0명 참여)
supaslow
님글에 나도 운다. ㅋㅋ 전체적으로 보는눈이 살짝 의심스런 글이네연 참고로 품행제로는 류승완감독 작도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