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더욱 유명해진 영화 '밀양'을 보았다.
여주인공이 어떻게 연기를 했길래 세계적 배우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처음엔 그것이 더 궁금했다.
제목 '밀양'의 의미는 여러가지였다.
경상남도에 있는 행정구역 이름으로 알고 있었는데
유독 영화에서는 'Secret Sunshine'이라고 영문표기를 썼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았지만.
주인공은 남편을 잃고 아들과 함께 살다가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삶을 정착하려 떠난다.
소도시인 밀양에서 피아노학원을 차린 그녀는 땅도 보러 다니고
약간 거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여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들이 다니는 웅변학원 원장이
그녀가 정말 돈이 많은 줄 알고 아들을 유괴하고 협박을 한다.
며칠 있어 아들은 강가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범인도 구속된다.
남편도 잃고 아들도 잃고 마음의 공허를 달래던 중
학원 앞에 있던 약국 주인으로부터 교회를 나가자고 적극적인
전도를 받는다.
마침 상처입은 영혼을 위한 기도회가 있기도 해서
그녀는 제발로 찾아가 가슴에 맺혔던 울분을 토로하고
비참하게 죽어간 아이의 구원을 빌고 또 빌었다.
마음에 평안이 찾아올 무렵 그녀에게 또다른 기적이 일어난다.
바로 아들을 죽인 웅변학원 원장을 용서하기로 한 것이다.
주위에서는 마음으로 용서하면 됐지 굳이 교도소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렸지만 그녀에게는 형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살인범을 용서해주려 교도소로 가서 범인과 마주했다.
영화는 바로 여기서부터 반전을 이룬다.
살인범으로 사형을 기다려야 할 범인의 얼굴이 너무나 성자처럼
차분하고 침착해 보였던 것이다. 더구나...
"저는 이미 주님의 사랑으로 모든 죄과를 참회하고 용서를 받아
주님의 사랑 속에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들을 잃은 여자가 용서를 한 것도 아닌데 이미 용서를 받았다니...
그녀는 범인을 용서할 마음이 싸악 가셨을 뿐만 아니라
그런 살인범을 이미 용서해 준 하나님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사람이... 너무 뻔뻔하잖아요. 그 사람은 내 자식을 죽인
살인자예요. 살인자가 그 아이의 엄마 앞에서 어떻게 그토록
침착하고 평화로울 수 있죠? 게다가 주님께서는
그를 용서할 기회를 빼앗고 나는 질투 때문에 더욱 더 그를
용서할 수 없었던 거예요..."
하나님은 그의 피조물인 모든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맞다.
살인자든 도둑이든 간음한 자든 누구나 똑같이 용서의 기쁨을
누리는 것은 맞다. 성경에도 그렇게 씌여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빼놓고 넘어간 것이 있다.
하나님의 용서 영역이 있고 우리 인간들의 영역이 있다.
성경을 더 자세히 읽어 보면
우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맬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살인범은 하나님 영역을 스스로 해 놓고 자기만의 평안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다 고백하고 털어버리고 스스로 용서하고...
혹자는 '고백소'에 가서 자기 죄를 다 고백하고
'보속'을 받았다 하고 후련한 맘으로 다 털어버리고 살아간다.
부흥회 같은 데 가 보면 자기 지은 죄를 종이에 죄다 쓰라 하고
그것을 한데 모아 태워버린 후 이 죄들을 다 용서받았으니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용서는 상대적이다.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다.
하나님 영역이 있고 인간의 영역이 있다.
인간이 서로 풀지 못하면 혼자서 아무리 용서를 외쳐도
상대방 피해자는 더욱 더 죽어만 간다.
그렇게 해 놓고 내 마음 평안하다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게 있다.
진정한 '이웃사랑'이 없는 신앙은 혼자만의 억지다.
진정한 용서도 이웃사랑에서 나온다.
나 혼자 구원받고 회개하고 예수믿어 천당에 간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나로 인해, 내가 뱉어낸 말로 인해 고통받고 상처받았던 사람들...
나 홀로 골방에서 기도로 털어버렸다고 과연 홀가분할 수 있을까?
진정한 심판이란 죽은 영혼을 천당으로 갈 자와
지옥으로 갈 자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이 내게로 보내신, 그러나 내가 무수히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준 그 사람들과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했느냐에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밀양'은 바로 비밀스런(신비로운) 빛의 존재...
우리가 죽고 나서 만나는 바로 그런 세계를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문득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