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각종 주요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와 시상을 차지했던 <바벨>.
감독의 이름이 상당히 길어서 누굴까 하고 봤더니 <21그램>의 감독이었다.
그 감독의 특징은 영화 편집을 할때 시간의 개념이 없다(?)는 것. 시간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하지만 그 혼잡함 속에서도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21그램>에서도 영화의 촬영을 시간순서대로 촬영해놓고 편집은 시간을 섞어놓은건 잘 알려진 일이다.
뭐 여튼 천재감독이라 불리는 그가 이번엔 <바벨>이라는 다소 무거운 제목으로 영화를 내놓았다.
바벨은 성경에 나오는 탑의 이름으로, 그 머나먼 옛날에 사람들이 신에게 다가가고자 해서 쌓았던 탑이다.
기고만장해진 인간들이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고 세웠던 탑. 신은 이에 분개해 탑을 무너뜨리고
그때까지 하나의 언어로 통일되었던 인간의 언어를 수십, 수백개의 언어로 나눠버려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만든다.
영화는 네개의 사건을 다룬다. 영화의 포스터에서 나오듯이 네개의 사건이 하나로 이어진다.
네개의 사건이 하나로 이어진다기 보단, 하나의 사건이 네개의 사건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듯하다.
모로코, 미국, 멕시코, 일본의 네 나라에서 소통을 하는 그들에게 어느 한 사건이 관련되어진다.
이 네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인간관계이든 나라의 관계이든 무언가 안좋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고를 당한 리처드 부부에게는 부부사이 관계, 그리고 모로코와 미국의 관계.
모로코의 아이들에게는 형제간의 관계와 부자간의 관계.
아멜리아에게는 미국과 멕시코와의 관계.
치에코에게는 아버지와의 관계.
서로 같은 언어를 쓰지만 소통의 단절을 느끼고, 다른 언어를 쓰지만 마음이 통하는 그런 모습이 보여진다.
결국 영화는 마음이 통하는 것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부분은 말을 못하는 치에코의 일을 통해 잘 보여진다. 뭐 진심은 통한다는 것일까...
사실 포스터만 보면 스릴러 영화같다. 하지만 스릴러적인 요소는 전혀없는 드라마다.
너무도 인간적인 드라마.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면밀히 다룬 그런 드라마.
그래서 그런가 좀 지루한 면이 있다. 사실 처음엔 이해도 잘 안됐다.
뭐가 네 개의 사건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인지도 이해가 안됐다.
오히려 앞에 말했던 것처럼 하나의 사건이 네 개의 사건을 만들었다면 이해가 된다.
영화 포스터의 카피가 머릿속에 너무 박혀있었던 탓일까?
영화내내 그 카피 때문에 '뭐가 하나로 이어진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하지만 이어진다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영화의 제목에서도 보여지듯이 언어가 같건 다르건 사람들의 마음이 통해지는 그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이 영화 역시 시간이 뒤죽박죽이다. 네 개의 일을 보여주는데 각각의 일들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지만
그 각각의 일들의 연결은 시간순서적이지 않다. 예를 들면 갑의 일이 2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되어진다면
을의 일은 1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식이다. 그래도 이해가 안된다면 할 수 없다.
이런 진행방식으로 조금은 헷갈린다. 감독이 각각 나라의 시차를 표현하려고 의도한 부분일 수도있겠다.
캐스팅면에서도 상당히 좋다. 모로코 배우들의 연기는 잘 모르겠으나, 브래드피트와 케이트블란쳇,
일본 배우 야쿠쇼 코지와 키쿠치 린코. 특히나 맘에든건 타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
연기가 맘에 들었다기 보단 워낙 귀여워라하는 타코타의 동생이니까...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까 동생이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키쿠치 린코라는 일본 여배우는 수위 높은 전라의 연기를 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
골든 글러브와 아카데미에서 여주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조연보단 주연으로 보는게 좋을듯하지만)
바벨이라는 제목만큼(역기를 바벨이라고도 하니깐) 무게감이 느껴진다.
영화 내내 심각함을 잃지않으며 다소 무거운 주제도 다루고
영화음악또한 그에 보탬이 되어서 내내 심각한 얼굴로 영화를 보게된다.
포스터만 보고 스릴러라는 생각을 하고 본다면 대부분 실망할게 뻔하다.
스릴러와의 공통점이라곤 사람한테 총 한발 쏜다는 것 딱 하나.
포스터 보고 속지말자.
(written 07.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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