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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바닐라 스카이] 헐리웃의 상업성에 망가진 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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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스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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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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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9 오전 11:0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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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닐라 스카이>는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감독의 <오픈 유어 아이즈>의 헐리웃 판 리메이크이다. 1997년 발표된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는 꿈과 현실을 오가는 복잡한 구성, 가상 현실에 대한 SF적 발상, 단조로운 모노톤으로 영화의 복잡함과 음울함 을 강조하는 영상 등으로 소개와 더불어 그 신선함과 새로운 발상으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굉장한 호평과 신선한 충격을 주고 받았던 영화이다. 오리지널인 ‘오픈 유어 아이즈’의 발칙한 상상에 혀를 내둘렀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헐리웃 판인 <바닐라 스카이>를 두근거리는 맘으로 기대를 했었을 것이다. 더구나 연출을 맡은 감독이 <제리 멕과이어>나 <올모스트 훼이머스>를 연출하였던 카메론 크로우라는 소식에 더더욱 그러하였을 것이다.
물론 과거 헐리웃 자본과 유럽의 아이디어가 만나서 괜찮았던 원작에 비해 헐리웃 관객의 입맛에 맞는 그저 그런 작품이 양산 생산(써머스비, 록산느 등등)되기도 하였지만 감독이 감독이었던 지라 이 영화는 어쩐지 괜찮을 것 같은 적지않은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접했 다. “아무리 복잡하고 신선한 발상의 영화라고 하더라고 헐리웃에 가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구나 !!,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헐리웃 배우들이 나온다고 해서 기본적인 연출이 망가진 영화는 관객에게 재미를 느끼지 하지 못하겠구나 !!” 하는 생각이…
감독은 인터뷰나 기타 매체를 통해서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다, “이 영화의 원작 에 충실한 구성을 추구하였노라고 그것을 통해서 감독 자신의 해석과 메시지를 담아 관객 에게 전달하고 싶었노라고”. 어쩌면 영화 <바닐라 스카이>는 원작이 가지는 복잡 미묘한 부분을 친절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관객이 가질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굉장히 친절한(?), 철저히 관객의 입장에서 배려된 영화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친절(?) 때문에 원작 에서 가졌던 나름의 독특함에, 모호한 구성에 감탄했던 관객에게 동시에 실망감을 안겨줘 버리는 결과를 야기 시켰다. 감독은 아마도 관객의 수준을 너무도 무시한 것 같다. 우리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보고 컬트 영화라 일컬으며 그가 관객에게 주는 모호한 결 말로 인하여 그 영화를 여러 번 이야기하고 각자 나름의 해석을 내리곤 한다. 원작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는 컬트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가 가지는 독특한 구성과 곁 들여진 발칙한 SF적 상상 때문에 관객에게 혼란을 주었고 관객에게 혼란을 준 만큼의 여지를 남기면서 맺는 결말 때문에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면서 재미를 느꼈다.(적어도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만큼의 여지 혹은 여운은 관객의 몫 인 것이다. 감독이 관객에게 남겨준 배려였던 것이다. 하지만 <바닐라 스카이>의 감독은 원작의 독특한 플롯과 관객에게 조금은 난해하게 접해질 엔딩이 관객에게 어렵게 느껴질 것을 우려 했던 것 같다. 때문에 이 영화의 흥행에 불리하 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감독은 원작에는 없는 어쩌면 자신 의 해석인 듯한 주석을 영화의 엔딩에 삽입한다. 따라서 영화는 원작에 비해 좀 더 상업 적이고 다분히 미국적인 영화로 재 창조되었다. 또한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등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하므로써 작품적으로나 흥행적인 면에서 모두 성공하고자 했던 감독의 또는 제작자의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작품이 되버렸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중반이후까지는 몹시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원작에 비해 더욱 세련된 화면, 익숙한 배우들 그리고 굉장히 잘 배치된 사운드 트랙까지.. 톰 크루즈 효과를 차제하더라도 감독의 기본적인 연출 역량은 초반에 빛이나 보였다. 적어도 데이빗과 정신과 의사가 EL에 방문하는 데 까지는 그 이후가 문제였다. 이후부터의 영화는 관객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멋대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난 더 이상 알고싶지 않은데 감독은 “이건 이래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라고 훈계조로 관 객에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 친절히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그리고 빌딩의 지붕에서 떨어지는 데이빗의 모습을 보면서 데이빗이 천사인가 ?(시티 오브 엔젤 에서의 천사가 인간이 되는 설정) 하는 약간의 비아냥 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쩜 마지막 30분은 이 영화 뺐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돌았다.
이 영화가 워낙 실망스런 작품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영화 속에서 괜찮게 느껴진 조그만 부분들은 간과하고 넘어가선 안될 것 같다.(아무리 나쁜 영화라도 감독의 기본적인 역량 때문에 그것이 빛나는 부분은 있기에…) 위에서 언급하였던 우울하고 음침한 모노 톤에서 벗어난 좀더 밝은 분위기의 세련된 화면과 유려한 사운드 트랙을 넘어서 이 영화를 본 수확이라면 카메론 디아즈의 호연이었다. 물론 카메론은 이 영화에서 조연이며 어쩔 수 없이 작은 부분만 등장한다. 왜 그녀가 이렇 게 작은 역에 출연을 하였을지 의심이 갈 정도로.. 하지만 영화속의 카메론의 연기는 주연 의 연기를 능가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일그러진 얼굴에 혼란스러워 하는 데이빗의 모습 보다 데이빗의 사랑에 너무도 행복해 하는 소피아의 모습보다 데이빗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사랑하던 데이빗이 자신을 섹스 파트너 정도로 밖에 취급하지 않았던 것에 분노하던 줄리의 모습이 너무도 강인하게 기억에 각인되어 버린다. 그리고 너무나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그 아쉬움은 주연의 그것보다도 더더욱 강하게 여운을 남긴다. 카메론 디아즈, 그녀는 마냥 예쁜 전형적인 헐리웃 스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배우가 택하는 영화들, 그리고 그녀가 맡는 캐릭터들은 너무도 다양하고 영화 속에서 어우러짐에 굉장히 충실하였던 것 같다. 자신의 예쁜 모습이 망가지던 말던. 특히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부시시한 모습의 그녀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 였으 니까… 여하튼 주류와 비주류, 인디영화와 상업영화 등 모든 영화에 등장하면서도 나름의 작품 세 계를 구축하고 있는 유일한 헐리웃 여배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배우에 대한 인상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 속에선 주연급인 톰 크루즈나 페넬로페 크루즈를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보여 준다. 그녀의 당당함이 어쩌면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데이빗에게 가하는 하늘의 처벌같이 느껴지는 것도 그녀의 멋진 카리스마 때문인 듯. 그녀에 비해 ‘소피아’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그녀에게 부여한 비중에 상관 없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해 버리는 것 같다. 그녀가 이 영화에서 출연하면서 얻은 것은 오직 대스타 톰 크루즈의 그녀가 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래도 헐리웃의 대(?) 배우들과 같이 공연을 해서 주눅이 들었을까 ?
어쨌던 <바닐라 스카이>로 자신의 연출에 변모를 꾀하려고 하였던 것 같지만 그 시도는 어쩐지 실패한 듯 보인다. 오히려 자신의 자서전적인 ‘올코스트 훼이모스’나 ‘제리 멕과이어’ 같은 드라마가 그의 적성에 아주 잘 맞는 듯 보인다. 어쩌면 이 작품이 실망스러워 진 이면 에는 톰 크루즈의 제작과 그에 따른 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우려도 든다. 어느새 헐리웃의 대 배우의 반열에 낀 톰 크루즈, 이제는 제작뿐 만 아니라 영화의 전 반적 인 흐름에 그의 의견이 반영 될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와 있는 그. 그가 출연하는 작품에 그 의 의견을 반영시킨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은 이렇다. 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연출에 대한 고유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감독들의 의견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입지나 지명도를 이용해서 감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영역인 연출에까지 그의 입김을 작용하는 것은 그다지 좋게 보여지지 않는다. 이것을 반영하듯 그가 최근에 제작과 주연을 맡은 모든 작품은 거의 그의 원맨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그러하고 이번 작품 바닐라 스카이가 그러하다. 그래서 인지 좀 더 원작에 대한 감독의 스타일이 사는 영화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 되어버렸다.
이 영화가 너무도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가 된데다가 톰 크루즈가 혼자서 원맨쇼를 하는 모습이 내게 그다지 좋은 인상으로 비추어 지지 않아서 지금 내가 이런 푸념성의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가 예전만 못해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건 자꾸만 완성도나 감동면에서 모두 만족시키던 60, 70년대 예전 영화가 그리워 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
여담이지만 한국영화가 헐리웃 영화를 누르고 흥행에 승승장구 하고있다는 소식을 접한 톰 크루즈가 이런 대답을 했단다. “그래서 자신이 왔노라고”. 톰 크루즈가 우리나라에 오면 흥행이 되던 80, 90년대는 이미 지났다. 아무리 지명도 있는 배우가 출연을 하더라도,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인 대작영화라고 광고를 하더라도 영화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면 관객에게 외면을 받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톰 크루즈에게 말하고 싶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겸손해 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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