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동안 김기덕의 팬이었지만 정작 극장에서 보는것은 처음이었다. 테이프가 감길때까지 수없이 돌려 보았던 그의 영화를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의 마지막 영화인 이 작품은 여러모로 입봉작인 '악어'와 많이 닮아 있었다. 소리 치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것은 남자 주인공이지만 사실은 여자 주인공에 의해 극은 진행되었다. 20만 관객을 겨냥한 발언이었던 것처럼 대중적이고 오락적인 요소들도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성형수술에 미쳐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의해 사람들의 연결고리가 변질되고 끊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되새김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의 영웅 김기덕 감독의 비겁함에 화가 나기도 했다. 항상 꼬리표처럼 달라붙은 여성파괴, 사도마조히즘 등을 아주 교묘하게 비켜나가려 노력했다. .섬이나 파란대문에서의 성을 고귀하게면서 극단적으로 다룬것도 아니고 사마리아에서 처럼 종교적으로 접근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동안의 연출방법에 비해 파워가 다소 약했다. 디테일에 신경을 씀으로써 자신만의 스타일과 메세지 전달에는 소홀한 것이다.
김기덕의 영화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꼭 한번쯤 봐줬으면 좋겠다. 어쩌면 영영 볼 수 없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