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명을 믿는 사람 중에 하나다. 그리고 운명이란 바뀔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모순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다. 그래서 아무리 극한 상황이 닥쳐도 그래, 해보자 이거지, 라는 오진 마음으로 밀어붙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쉽사리 체념해 버리기도 한다. 영화 속 서유진도 운명을 믿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바꾸려 노력한다. 사실 운명이란 말에서 얻어야 할 최상의 교훈은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운명이란 말에 얽매여 모든 것을 체념하고 인형처럼 살아가기에는 이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웃어야할 일들이 무진장 많다. 이 영화는 놀라운 반전이 있다거나 액션이 화려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자기의 색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지켜낸 성실한 영화였다. 개봉한 지 고작 열흘 만에 내려온 것이 막 아까울 정도의 영화는 아니지만 조금 아쉬운 정도의 영화이긴 하다. 사족 : 영화 마지막에 생뚱맞게 연출된 발랄한 분위기는 정말 정말 산통 다 깨트렸다. 그 귀여운 음악은 대체 뭐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