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예전에 이와 비슷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에서도 눈이 쌓인 설원을 중심으로 돈에 눈이 먼 마을 사람들의 욕망을 그렸었는데.. 한국 영화인 <남극일기>에서도 그렇듯이 설원이 펼쳐져 있다는건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고,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무엇인가가 있는 듯하다.
투렛증후군(무의식적 행동으로 특성화된 신경장애로 눈 깜박임, 얼굴 찡그림 등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게 되는 현상)을 앓는 아내 마가렛(홀리 헌터)과 알레스카에서 사는 바넬(로빈 윌리엄스). 그가 운영하는 여행사는 파산한 지 오래고, 아내의 치료비 때문에 경제적 부담감은 더해간다. 그는 마침내 행방불명된 동생이 가입했던 생명보험을 가로챌 생각을 하고, 우연히 발견한 시체를 동생으로 위장해 보험회사로부터 돈을 타내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범죄스릴러로 보이기도 하고, 로빈 윌리엄스나 주위의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코미디 같기도 하다. 한 명 한 명이 다른 영화라면 단독 주연을 맡을 수도 있는 주요한 등장인물들도 나름의 비중을 유지한 채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다보니, 배우들 얼굴 보는 맛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야기가 분산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게다가 영화 속, 인물들 행동의 동기나 인과관계의 설정도 허술하고 영화적 맥락을 깨는 난데없는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로빈 윌리엄스, 우디 해럴슨, 지오바니 리비시의 신경질적인 연기는 하얀 설원과 꽤 잘 어울린다. 특히 남편이 범죄를 일으키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면서도 영화의 진행과는 한발짝 비켜서 있는 홀리 헌터는 어쩌면 이야기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꽤 사랑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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