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볼 수 없을것만 같았던 슈퍼맨의 모습을 다시 스크린에서 보게 되었다.
어릴적 슈퍼맨을 감명깊게 본 사람들이라면, '슈퍼맨 리턴즈' 라는 타이틀로 돌아온 이 영화를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최소한 졸작은 아니라면 말이다.
고맙게도,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돌아왔다.
대략 2억 6천만불이 제작비로 소요되었다고 하는데, 1달러를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2억 6천만 달러 × 1000원 = 26,000,000,000 원 이다. 2천 6백억원인가?
도대체 영화 한편을 만드는데 무슨 돈이 이렇게나 많이 드는 걸까?
야외 세트 촬영을 위한 로케이션 비용, 세트 제작 비용, 특수 효과를 제작하기 위한 장비 제작 및 개발비, 각종 인건비,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위한 임금등.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슈퍼맨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그 기대치도 크리라 본다.
또한 관심이 많을수록 원하는 것도 많은 법.
이 영화를 놓고, 대부분은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일부 시큰둥한 반응들도 있다.
나역시, 몇년사이 눈에 띄게 점점 좋아지는 영화속 특수효과를 보며, 시각적인 만족도에서는 상당 수준에 오른것을 인정 하지만, 특수효과가 좋아질수록, 영화 본질적인 매력을 찾게 되는것 같다.
스토리의 완성도, 이야기의 진실성(허구의 이야기라도 정말 그럴것 같은..), 배우들의 연기력 등등.
이 영화를 통해, 낯설면서도 낯익은(?) 새로운 히어로 브랜던 라우스(슈퍼맨/클라크 켄트)를 만나게 된다.
189cm 의 훤칠한 키에, 잘 다듬어진 몸매, 조각같은 얼굴.
역시 우리의 영웅 슈퍼맨이라면 이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겟는가.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에게 있어 영웅 슈퍼맨은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er Reeve)' 이다.
192cm 의 그 당시로서는 장신에다가, 성실하고 믿음직 스러워 보이는 마스크.
슈퍼맨은 평상시는 어리버리한 샐러리맨(신문사 사진가) 으로 지내다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쫄쫄이를 입고 나타나는 정의의 사도이기에,
평상시의 슈퍼맨의 모습이라 하면, 키는 엄청 크고, 바바리 코트를 입었으며, 2:8 가르마에, 범생들이나 쓸법한 검은 뿔테 안경.
머리에는 기름을 발랐는지 조금은 어색한 번들거리는 복고 스타일 머리에 가운에 돼지꼬랑지 살짝 내려주는 애교머리.
이 영화에서도 그런 상징적인 모습은 그대로 차용되고 있다.
프로필 사진으로 본 브랜던 라우스의 모습은 기존의 이러한 슈퍼맨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역시나 성실하고 믿음직 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크리스토퍼 리브의 우직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스타일을 '천하장사'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현대적인 모습의 '킹카' 이미지라고나 할까?
하지만, 신문사로 돌아온 켄트의 모습, 바바리 코트에 어리버리한 말과 행동, 2:8 가르마에 검은 뿔테를 쓴 모습은 마치 크리스토퍼 리브의 젋었을적 모습을 보기라도 하는듯 닮아 있다.
게다가, 슈퍼맨으로 변신한 모습까지도.
아마도, 슈퍼맨의 향수를 간직한 사람들에게, 이미 고인이 된(2004년 10월11일 심장마비로 사망) 크리스토퍼 리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 노력이라도 한듯, 슈퍼맨 역을 맡은 브랜던 라우스의 모습은 크리스토퍼 리브를 닮아 있다.
이와 비슷하게 오랜만에 후속편(? 후속편이라기 보다는 재구성에 가까운)을 만든 배트맨 비긴즈에서 '크리스찬 베일' 이라는 색다른 이미지의 배우를 이용해 오랜만에 만들어진 배트맨의 모습을 재구성했던것 과는 달리 이 영화는 철저히 예전 배우(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슈퍼맨의 모습)의 모습을 재현하려 노력한것 같다.
미국에서는 '슈퍼맨' 이 1938년 만화책으로 그 모습을 처음 선보인후, 라디오, 드라마 등에서 선보이고, 1978년 너무도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 시리즈가 영화로 만들어 졌다.
이후, 최근에 유선방송에서 방영되는 '스몰빌' 은 슈퍼맨 이야기를 드라마로 재구성한 것으로(두어편 본거라서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스몰빌에서는 1995년 승마대회에서 낙마하여 휠체어 신세를 지게된 크리스토퍼 리브가 잠깐 출연하기도 한다.
이제사 생각해보니, 지금 방영중인 스몰빌에 크리스토퍼 리브가 출연했으니 이미 2년 이상 지난 외화 드라마인 셈이군.
크리스토퍼 리브는 골격 자체가 천하장사 스타일(?) 이다.
우람하고 건장한 체격.
그당시 영웅의 스타일로, 007 시리즈에 등장한 숀 코네리의 덩치가 아마 표준적인 스타일이 아니었나 싶다. 키도 크면서 특히 가슴근육이 발달하여 큰(우락부락한 스타일이 라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크고 넓은..) 건장한 스타일.
007 시리즈는 이제, '피어스 브로스넌' 을 맞아 덩치 좋은 스파이의 모습에서, 스마트한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그당시(70년대) 영웅의 모습은 역시 건장한 덩치였다.
이에비해 브랜던 라우스는 그리 건장해 보이지는 않는다.
건장하다기 보다는 스마트한 스타일에 더 가까운듯 하다.
배트맨 비긴즈에서의 '크리스찬 베일' 역시 그러하다.
이처럼, 영웅의 모습도 점차 바뀌고 있는듯 하군.
복고풍 영화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렇다. 예전 영화와 요즘 영화의 차이점이라면, 역시 특수효과와 스토리 진행에 있다.
예전 영화(기준은 헐리웃 영화의 기준이다)에서는 특수효과가 CG 보다는 미니어쳐를 이용한 실사 촬영과 카메라 조작에 의해 제작된 반면, 요즘은 CG 기술을 이용하여 처리한다.
그러다보니, CG로 만들어진 화면은 그럴듯하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화려하고 놀라운 장면을 묘사하긴 하지만, 사실이라기 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보는듯한 느낌이 강하다.
오히려 예전의 미니어쳐를 이용한 화면들이 조금은 조잡하고 떨어져 보이긴 해도 더 사실적인 느낌을 줄때가 많다.
이런 차이는, 디지털 카메라가 각광받는 요즘, 아날로그 사진기와 디지털 사진기의 차이점이라 보면 비교가 될까?
(조금은 억지스런 비교인듯 하다. 느낌을 굳이 따지자면 그런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보여주고 싶은게 많고, 놀라운 기술이 많다보니, 이런 스토리 외적인 것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만들어내기 힘들었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특수효과 보다는 등장인물들간의 갈등구조나 이야기 구성이 더 좋았던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에는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스펙타클한 자연의 아름다운 배경을 담아내고, 주인공과 여배우의 로맨스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영화로 돌아 왔지만, 슈퍼맨 영화의 상징적인 몇가지 장치는 그대로 이다.
슈퍼맨의 평상시(클라크 켄트) 모습에는 별 관심없는 여주인공.
슈퍼맨을 위험으로 몰고가는 악당.
악당의 여자 이지만, 슈퍼맨을 흠모(?) 하는 악당의 여자.
슈퍼맨과의 비행(?) 으로 마음이 누그러지는 여주인공.(이 장면은 70년대 시리즈에서 나온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클립톤 행성의 방사성 광석에 의해 위험에 빠지고, 위험으로 부터 도움을 받는것.
악당의 여자는 악당이 하는 악행에 새삼 놀라고 슈퍼맨을 돕지만 여전히 악당을 떠나지는 않고.
악당은 여전히 어디서 그런 재력과 과학기술을 갖게 되었는지 대단한 재력과 과학기술을 선보이고.
등등...
물론, 이 영화에서 악당이 어떻게 재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암시하는(돈 많은 여자를 꼬득여 재산을 물려받는 장면) 부분이 있고, 특별히 과학기술이라 할만한것은 이번에는 나오지 않는다.
달라진게 있다면(달라졌다기 보다는 새롭게 가미된), 슈퍼맨이 사람들에 의해 구조되어 응급실에서 옷이 벗기는 장면, 슈퍼맨의 2세가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 슈퍼맨이 평상시에도 지구위에서 사람들의 고통받는 소리를 듣고 있다가 위험이 발생한곳에 출동(?) 하는 장면등..
슈퍼맨의 옷을 벗기는 장면에서 느껴지는것은,
우주를 넘나들고, 불속과 태양속, 물속을 누비고 다니는 슈퍼맨의 몸은 강철같은 몸이라 치고, 슈퍼맨의 옷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옷을 벗길때보면, 분명 평범한 옷인데(몸에 문신으로 새긴것도 아니고) 불속을 지나다녀도 그을리기는 커녕 멀쩡한 옷.
(70년대 시리즈에서 슈퍼맨의 옷은 어머니가 직접 짜준 옷이다.)
2004년 제작된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에서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특수 기술로 만들어진 옷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있어왔던 슈퍼 영웅들의 쫄쫄이 옷이 평범한 실크 옷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슈퍼맨의 옷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슈퍼맨의 힘과 물리학적 힘의 관계에 대해 이번 영화에서는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추락하는 비행기를 수만의 관객이 모여있는 야구장에 사뿐히 내려놓는 슈퍼맨.
예전 영화와는 달리, 슈퍼맨은 추락하는 비행기를 잡기 위해 날개를 잡았다가 날개가 떨어져 나가고, 비행기의 앞쪽에서 추락하는 중력과 가속도등과 비행기 몸체를 구성하는 금속의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살짝 찌그러지면서 안전히 내려놓는다.
즉, 현실세계에서는 슈퍼맨처럼 강력한 힘만으로 다 해결되는게 아닌 재료공학적, 물리학적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슈퍼맨 몸통은 강하다 치고, 눈알(표현이 좀 과격하지만)도 강한가.
이 영화에서는 범죄자가 쏜 기관총 총알이 슈퍼맨 눈알에 맞으면서 힘없이 찌그러져 떨어지는 모습이 나온다.
슈퍼맨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약점중 하나인 눈알도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표현이 문제가 있다.
눈알을 쏘기전 가슴을 쏠때는, 총알들이 마치 강철판에 맞고 팅겨나가듯 팅기지만, 눈알에 맞고는 그냥 찌그러져 슈퍼맨의 발 앞으로 떨어진다.
눈알이 그처럼 강하다면, 눈알을 맞고 어디론가 팅겨 나갔어야 정상이다.
또한, 여주인공과 하룻밤을 보낸 슈퍼맨.
(70년대 영화에 나온다.)
그로인해 이 영화에, 여주인공은 슈퍼맨의 아이를 갖게 된 모양인데, 그렇게 강력한 몸을 가지고 있다면, 키스는 어떻게 하고, 성행위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불가사의한 존재이니까, 굳이 따지는것도 무리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슈퍼 히어로 영화가 나올때마다 항상 논란이 되는 그러한 불가사의한 능력에 대해서 이 영화에서는 어느정도 해답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듯 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규명 불가능하다.
또한 달라진것은, 슈퍼맨의 존재에 대한 탐구이다.
70년대 영화에서, 슈퍼맨의 존재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은 없었다.
단지, 악당도 많고 불의의 일도 많은 세상에 누군가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이 도와주는 그것만으로 사람들은 행복했다.
그러나, 슈퍼맨3 편이었던가 4편에서 주당(술주정뱅이)이 된 슈퍼맨의 모습이 나왔던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어느날 말없이 홀연히 떠나버린 슈퍼맨에 대해 여주인공은 '우리는 왜 더이상 슈퍼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 라는 에세이를 써서 퓰리처상을 받게된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자. 그럼 다시 생각해보자.
슈퍼맨 이라는 존재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신' 같은 존재이다.
인간의 힘을 초월한 존재.
그러면서도, 악행을 행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취하지 않고, 온전히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존재.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에는 '슈퍼맨' 이 없듯이, 영화속 사람들에게도 굳이 '슈퍼맨' 이라는 존재가 있던 없던, 그 들의 삶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치열한 경쟁사회일 뿐이다.
어려움이 생긴 사람들을 돕는다고 하니, 이 부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영화속에서, 슈퍼맨은 지구위에서 조용히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가 출동(?) 한다.
(마치 신이 지구를내려다 보듯이... 그런 모습을 표현하려 한것 같다.)
슈퍼맨이 제아무리 빠르기로서니, 지구상의 60억 인구가 온갖 상황에 처해있는 그것을 어찌 다 들어서 분석할 것이며, 몸뚱이가 한개인데, 어찌 다 참견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사고의 대소를 분석하여 큰 사건인경우에 출동하는걸까?
그렇다면, 분명 사망사고가 발생할때, 슈퍼맨은 어느 곳에는 출동하지 못하고, 어느 곳에만 출동하게 된다.
슈퍼맨을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겠지만, 누구는 슈퍼맨에게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 살겠지만, 그 시각 슈퍼맨의 도움을 받지 못한 누군가는 사망하게 된다.
그들 역시 슈퍼맨을 여전히 사랑 할 수 있을까?
원망할 것이다.(정말 밉다기 보다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소외감으로..)
슈퍼맨은 분명 신적인 존재이지만, 신과는 엄연히 다르다.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분석하다 보면 이러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삼위일체론(세가지 존재가 하나)' 라는 이론을 만들어 냈다.
즉, 세개이지만, 하나라는것.
(어렵다고 이해안된다고 따지지마라.. 종교는 걍 믿는거다.)
즉, 슈퍼맨의 존재를 이해하려다 보니, 몸뚱아리는 하나고, 속도도 제한되어 있는데, 어찌 그런일을 다하겠냐는 딜레마에 빠진것 처럼, 기독교에서는 그러한 딜레마를 벗어나고, 아버지가 아들이고, 아들이 아버지이며, 성령도 아버지고, 아들도 성령이라는 식의 삼위일체론을 주장한다.
따지진 않겠다. 종교를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되니깐.. 걍 믿어라.
슈퍼맨의 힘을 규명하려다 보니 이상한 잡설로 빠지게 되었군.. 여하간,
슈퍼맨은 '스몰빌' 에서도 그 존재이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듯이, 이번 신작 영화에서도 그러한 존재이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젠 조금은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쫄쫄이를 입혀서 슈퍼히어로 영화를 찍자고 하니, 예전 영화의 향수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마냥 좋겠지만,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웃겨보일 수도 있고 하니, 그러한 반대의견을 무마시킬 이론적 설명도 필요해진거겠지.
그런게 아니라도, 구태여 그런걸 하려고 하지 않아도.
분명 영화속 대사처럼 모든 사람들은 슈퍼맨을 사랑한다.
슈퍼맨 같은 존재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부러움의 대상이요, 흠모의 대상이다.
이것이 가장 미국적인 '영웅주의' 를 대표하는게 아닐까?
(물론, 부시행정부의 행태를 보면, 미국이 그런 영웅이라 불릴만한 도덕적 가치관을 가졌는지 심히 의심스럽지만, 분명 미국은 이런 슈퍼영웅이 되고 싶은게다.)
새롭다기 보다는 약간의 향수를 자극하고, 화려한 CG효과에 비중이 높아진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좀 남지만, 슈퍼맨을 다시 보게 된것은 기쁜일이다.
2009년에 후속작이 나올 예정이라 하니, '스타워즈' 시리즈가 새로 만들어지고 그 후속작을 기다렸듯이, 반지의 제왕이 나오고 그 후속작을 기다렸듯이,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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