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CG의 향연 속에 의외로 볼 것 없는 영화...
마블 코믹스 만화의 특징은 만화의 주인공이 대체로 수퍼맨과 같은 수퍼 영웅이 아니라 스파이더맨이나 헐크처럼 스스로 원하지 않은 영웅의 길을 가야 하고, 계속해서 자기 정체성의 혼란에 쌓이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미국에선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마블 코믹스의 <고스트 라이더> 역시 이러한 범주에 들어가는 선과 악의 경계에 서 있는 안티 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전체를 통틀어 어쩔 수 없이 영혼을 팔게 되어 악마 부자 사이의 권력 다툼에 끼어든 고스트 라이더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고민은 가슴 절절한 사연을 만들어 낼만 하건만 그다지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는다. 이럼으로서 마블 코믹스 소속 안티 히어로의 매력 반쪽은 날아가 버린 셈이 되어 버렸다.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면 오락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화려하고 거대한 액션 장면에 기대를 걸어봄직 하다. 특히 싸움의 상대가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둠의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블랙하트와 타락천사 '데블4'라는 점은 기막힌 액션 장면의산실로 부족함이 없던 터였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나? 마치 뒷골목 양아치스러운 '데블4'는 제대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살려달라는 호소와 함께 싸움은 싱겁게 끝난다. 아버지도 꼼짝 못하게 하던 블랙하트도 첫번째 만남에서는 고스트라이더를 꼼짝 못하게 하더니, 왠일인지 수 많은 영혼과의 결합으로 더욱 강력해진 마지막 싸움에선 한 번의 눈맞춤으로 재가 되어 버린다.
영혼을 돌려 받고 자유를 찾으려던 고스트라이더는 이들과의 싸움을 거치며, 자신의 엄청난 힘을 실감했는지 별 고민도 없이 계약 해제를 하러온 악마를 상대로 선전포고한다. 힘을 준 악마가 힘을 거둬들이지 못하는 설정은 초반에 고스트라이더의 위력에 대한 설명이 있었음에도 쉽게 납득은 안 된다. 오히려 시리즈물로 이어가기 위한 의도적인 설정인 것 같아 부자연스럽다.
<고스트 라이더>는 불가능해 보이는 오토바이의 점프신, 화염에 휩싸인 해골의 고스트 라이더와 헬바이크의 빌딩을 오르내리는 질주 등 화려한 CG의 향연이 화면 가득 펼쳐진다. 그럼에도 의외로 볼거리는 참 없다. 고스트 라이더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으면서도 악에 대항해 싸운다는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꽤나 매력적임에도 영화는 그런 매력을 전혀 살려주지 못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컸던 즐거움은 고스트 라이드 역할을 위해 엄청나게 체중 감량을 했다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날씬해진 몸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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