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운 성장 드라마
포스터를 보자.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제작진의 또 다른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작년에 개봉했던 [판의 미로]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홍보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포스터 문구만 보면, 마치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같은 스펙터클한 판타지 영화라는 느낌이 들며, 그런 영화로 상상하고 봤다가는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영화다.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는 오히려 <마이걸> <굿바이 마이 프렌드>와 같은 아련한 성장 드라마다.
위로 누나 둘, 아래로 여동생 한 명이 있는 12살 제시는 달리기와 그림 외에는 도통 삶의(?) 재미가 없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부모님이나 누나는 자신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다. 특별히 친한 친구 한 명 없는 학교 생활도 즐거울리 만무하다. 아이들은 지저분한 옷차림의 제시를 놀리고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제시 옆집으로 이사온 묘한 분위기의 레슬리라는 여학생이 전학을 온다. 마치 키이라 나이틀리의 어릴적 모습을 연상시키는 레슬리는 쾌활하고 명랑하며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다. 거기에 달리기도 빠르다.
어느새 단짝이 된 이 둘은 시골길을 달리며 숲속 개울 건너에 자신들만의 비밀 요새를 꾸민다. 둘은 이 숲을 테라비시아라는 왕국으로 부르며 온통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 곳에서 이들은 왕자와 공주이며, 어둠의 군주가 보낸 다람쥐 괴물과 맞서 싸운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에게 테라비시아는 그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도피처이자 성장의 토대로 작용한다.
소극적인 제시는 적극적인 레슬리의 영향을 받아 짝사랑하던 음악 선생님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되고, 자기 주장이 강한 레슬리는 비록 자신을 괴롭히던 학생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렇듯 서서히 성장해 가던 이들 앞에 예기치 않은 비극이 발생한다. 짝사랑하던 선생님과 박물관 구경을 가게 된 제시는 레슬리 집 앞을 지나며 같이 가자고 할까 잠깐 고민하지만 그냥 지나치고 비극은 그렇게 찾아온다.
영화는 제시가 자신의 아픔을 주위 사람들에게 폭력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며 해소하다가 스스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런 아픔을 겪으며 그렇게 제시는 훌쩍 성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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