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접해본 독일영화...타인의 삶
하지만 보고난 이후엔 내 인생의 영화 베스트 5에 급격히 랭크되어버렸다.
영화의 주인공인 "위즐러 중위"는 냉전시대 동독의 비밀경찰이자 비밀경찰대학의 교수로
피도 눈물도 없다.
소위 사상불순자들을 색출해내는 일을 하는 인물로
냉정하고, 침착하고, 끈질기며 잘 웃지도 않는 냉혈한이다.
그런 그의 레이더 망에 두 연인이 걸리게 되는데..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이자 여배우인 크리스타이다.
위즐러가 그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불만많고 말많은 예술가들 답지않게 정부의 방침에 너무 고분고분한점이 수상하다는것.
마침 동독의 장관이 크리스타에게 반하면서 드라이만의 꼬투리를 잡아내고 싶어하는덕에
위즐러는 24시간 그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된다.
그런데 이게 왠일...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삶에 귀기울이던 위즐러는
어느덧 그들의 진실한 사랑과 신념, 인간적 모습에 조금씩 흥미를 느끼더니
결국엔 그들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끼고야만다.
둘의 사랑의 대화를 흐믓한 표정으로 음미하는가 하면
드라이만이 읽는 책을 훔쳐다가 혼자 읽으며 행복해하기도 하고
그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한 보고서를 제출한 부하를 칭찬하기까지한다 ^^
결정적으로
드라이만의 스승이 생일선물로 보낸 "선한이들의 소나타" 라는 악보를
드라이만이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위즐러는 그 연주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냉혈한에서 감성쟁이로 변신...!
그러던 중 드라이만은 결국 사고를 치고야 만다.
동독정부에 반발하다가 연극계에서 퇴출당한 스승의 자살에 자극을 받아
동독의 암울한 현실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게된것.
자신의 집은 도청되고 있지 않다고 굳게 믿는 드라이만은
작가친구들과 서독잡지의 편집장까지 불러다가 음모를 꾸미고~
그런 그들의 불순한 일거수일투족을 고해바쳐야 할 위즐러는 그러지 못한채
오히려 그들을 돕게된다
드라이만과 동료작가들이 음모를 꾸미는 도청을 하면서는
그들이 동독 40주년 기념연극의 대본을 만들고 있따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연극 대본의 내용을 어설프게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게다가 가택수색을 대비해서 타자기까지 없애주는 위즐러....
드라이만은 이런 위즐러의 도움으로 무사하게 되지만
오히려 위즐러가 드라이만을 도왔다는 의심을 사게된다.
비밀경찰에서 우편감시자로 전락한 위즐러는 결국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날까지 골방에서 4년을 썩게된다.
베를린 장벽도 무너지고 , 더이상의 감시도 억압도 존재하지 않을때
자신을 괴롭힌 전 장관을 만난 드라이만....
자신도 다른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도청되었단 이야기를 듣고서야
자신을 도청했던 HGW XX/7(위즐러의 요원명) 이 자신을 지켜주었음을 알게된다.
이쯤에서 드라이만이 위즐러를 찾아가 울면서 고맙다고 하겠군.........
했던 나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이 영화는 끝까지 만만치 않았다.
그런식으로 대충 뭉게서 끝내지 않더란 말씀!
드라이만은 위즐러를 찾지만 초라한 우편배달부가 된 위즐러를 먼 발치에서 지켜만보고
그냥 발길을 돌린다.
고맙다는 말대신 2년후 책을 한권 출판한 드라이만..
그책의 제목은 "선한이들의 소나타" 이다
(위즐러가 듣고 울었던 악보의 제목)
광고를 보고 서점에 들러 그 책을 사는 위즐러...
위즐러가 편쳐본 그 책의 첫장에는 이렇게 쓰여있따.
"HGW XX/7 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
포장해드릴까요? 라고 묻는 서점직원의 질문에 이책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희미하게 미소짓는 위즐러....
그어떤 영화의 화려한 결말보다 아름답지 않았나 싶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넘치는 헐리우드 영화가 아니란 이유로
낯선배우들과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라는 이유로
많은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외면한다면
당신의 삶이 행복해질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를 그냥 스쳐지나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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