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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적인 화려함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 황후화
mansoledam 2007-03-12 오후 11:55:03 1611   [7]

 ‘영웅’, ‘인연’ 등의 작품을 만들었던 장이모우 감독의 신작 ‘황후花’를 보았다. 이번엔 무려 450억원이란 자금을 들여 중국 영화의 블록버스터화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내놓았는데, 그것을 화려한 스케일로 나타낸 것 또한 영화의 볼거리로 작용했다. 볼거리는 풍부하지만 시나리오에 약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중국영화이지만 상당히 볼만한 작품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비주얼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을 따로 두어 고립시키지 않고, 한데 묶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필요한 때 제대로 보여준 감독의 연출력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다양한 색조로 작품의 색을 달리하는 장이모우 감독의 작품답게 이번 영화에서 선택한 색은 황금색이었다. 중국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고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색답게 시종일관 영상적인 화려함을 보여준다. 특히 그런 화려함을 감추지 않고 영화의 시작부터 많은 인력을 동원해 거대한 영상미를 보여주면서 관객을 압도해나가는데 정작 이야기는 그렇게 크고 압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시작부터 영화의 분위기는 심각하게 흘러간다. 이미 황제와 황후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중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집안싸움의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영상으로 비치는 다양한 화려함을 즐기느라 정신이 된다. 하지만 이 부분부터 이미 영화는 단순하면서 확실한 모순을 보여주며 영화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런 화려한 겉모습과 그것과는 다르게 너무나 사적인 이유로 서로를 증오하고 다투는 모습을 보이는 인물들과의 거리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처음부터 겉모습과 내면을 분리시켜 놓은 것으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보단 이것이 이미 결말의 비극을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 더 맞는 이야기로 보인다. 정작 당사자들은 그런 격식과 주변을 휘감고 있는 화려함에 신경도 쓰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져있고 그것은 그 당시의 문화나 황실의 권위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치솟았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맞을 수 있는 것은 내리막길 밖에 없고 그것의 시작을 묘한 분위기를 갈등을 통해 풀어가고 있는 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가정 내부의 일로써 단순화하면 부부싸움이 일파만파로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 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기 전엔 얼마나 큰 스케일로 심각한 갈등이 일어날 지 궁금해 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갈등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 가깝다. 원인을 정확히 알기 힘든 부부의 갈등으로 시작되어 황후와 첫째 아들 원상 간의 근친상간, 그리고 친모인 황후를 따르는 둘째 원걸과 거꾸로 그를 가장 아끼는 황제, 아직 어리지만 욕심 많은 막내 아들 원성까지 이어지는 갈등과 사랑으로 인해 마지막의 비극적인 살육으로 이어진다. 그 원인은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로에게 휘둘렸던 황제와 황후에게 있겠지만 이야기의 진행은 그리 간단치 않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이야기가 황실이 아닌 일반 가정으로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듯이 영화는 굳이 황실을 배경으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정사의 일부분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왜 황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며 그것이 주는 효과는 무엇일까.

 

 앞서 말했듯 그것은 겉모습의 화려함을 내면의 갈등과 대비시켜 얻는 모순적인 효과일 수 있다. 굳이 가장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당나라의 황실을 배경으로 골랐다는 것도 그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자신의 머리에 비녀를 수십개 꽂을 정도로 겉모습을 중요시 하면서도 썩어가고 있는 가정의 갈등과 같은 더 중요한 문제를 생각하지 못하는 황실의 권위를 꼬집을 수 있었다. 또 아버지의 권위주의를 황제의 권위로 보여줌으로써 아주 간단히 눈으로 볼 수 있게 비주얼화하여 강조하고 있다. 일단 영화의 크기를 불리고 소재를 다양화하여 볼거리를 늘리려 했던 생각이 가장 크겠지만 다행히도 그런 것에만 치우치지 않고 영화의 내용적인 면과 잘 결합한 것이 이 영화의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영화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그것은 시작부터 끊임없이 전달되는 긴장감 탓인데 그런 긴장감의 유지가 매끄럽게 진행되고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의 등장과 추가적인 내용들이 더해져 지루함을 없애갔다. 그런 긴장감은 인물들 간의 갈등이 주를 이루는데 그 중에서 황후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생성되어 나간다. 그녀의 히스테릭한 모습과 황제와의 갈등 라인, 그리고 계속해서 약을 먹는 장면들이 등장함으로써 무언가 모를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확인이 되는 동시에,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고, 왜 황후는 알면서도 그 약을 먹으며 견디는지 그 이유를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의 내용들로만 추측하며 황제가 황후를 서서히 죽이려는 의도는 황후가 원상 왕자와 근친상간을 벌여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나마 가장 설득력 있다. 그럼 황후는 첫 여자를 잊지 못하는 황제에 대한 질투 때문에 원상을 안았다는 것이 맞겠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국경 지역에 나가있던 원걸은 친모인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극진하기만 하고, 반대로 어린 나이에도 모든 사실들을 알고 있는 원성은 그들을 경멸한다. 이미 영화가 시작되기 전의 상황부터 그런 음모들과 갈등은 진행 중인 상태였고 그러던 중 원걸이 돌아오고 황제의 첫 여자이자 원상의 친모가 나타나면서 긴장감과 그들의 갈등은 극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가 주는 결론적인 의미는 미미하다. 가정이 온통 파탄난 상태로 뒷얘기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황후를 말리는 원걸에게 그녀가 하는 말에서 힌트를 얻는다면 이 이야기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황제의 권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보는 것이 맞다. 싸움에 질 줄 알면서도 꽃을 한 번 피워보려 한다는 황후의 말처럼 그야말로 발버둥이라도 치려고 모두가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황제 때문이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가족들 때문에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는 것이 맞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결론은 영화에서 무의미하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이 싸움의 원인이 아니라 그 싸움과 갈등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가 주는 이야기적인 재미는 상당히 재미있다. 어찌 보면 너무 극단적이고 억지스러운 것이 상투적일 수 있지만 넓디넓은 황실의 모습과 속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 황실의 권위를 보다보면 그들의 갈등이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한 가지 영화에서 아쉬운 설정이 있다면 황제의 첫사랑이 황실 주치의와 결혼하여 가까이 있었다는 것인데 너무 작위적이고 극 전개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 보여진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볼만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마치 완벽할 것만 같은 FBI내부의 암투와 스파이에 관한 이야기를 보듯 이 영화의 이야기도 알 수 없는 황실 내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명한다는 것에서 재미를 갖고 그 갈등의 긴장감을 갖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가끔씩 등장하는 액션신이다. 초반에 아버지의 권위를 나타내며 황금 갑옷을 입고 싸우는 황제와 은색 갑옷을 입은 원걸 왕자의 대결 신도 인상적인데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 전투와는 서로 반대되는 색상의 갑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무술적인 싸움의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는 중국의 액션답게 할리우드와 다른 느낌의 것을 부각시키는 좋은 장면이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10만대군의 전투 장면과 밧줄을 타고 내려와 습격하는 자객들의 장면도 잊을 수 없다. 자객들의 습격신부터는 개개인이 아닌 각 세력의 색깔로 대비되어 나타나는 다툼이 압권인데 검은 색의 느낌을 비주얼로 너무 잘 살려냈다. 궁내에서 이뤄지는 전투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 후에 빠르게 뒤처리를 하는 황제 측의 모습이 진정 압권이다. 황제의 권위를 보여줌과 동시에 빠르게 노란 꽃을 복구하는 장면을 통해 그들의 갈등이 얼마나 개인적인 것이고 겉모습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를 한 번에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전투 장면보다 더 중국의 무서움과 중국다움을 나타내는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인물들 간의 갈등이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인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 역의 주윤발과 황후 역의 공리는 정말 말할 것도 없는 명배우들이지만 이 영화에서 다시 한 번 그 이유를 확실히 해주었다. 특히 공리는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신선한 매력을 부각시켰던 것과는 달리, 잘 맞는 옷을 걸쳐 입은 듯 딱 맞아 떨어지는 역할을 잘 소화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매력적이면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독을 품으며 국화의 자수를 놓는 모습이 정말 완벽했다. 그 둘의 연기가 너무 빠른 시간에 안정감을 찾으면서 오히려 아들들에게 눈길이 갔다. 중국에서 촉망받고 있다는 주걸륜은 그만의 카리스마를 뽐내며 전투신을 멋지게 보여주었다.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원상 역의 유엽이었는데 그가 보여준 심성이 약하면서 우유부단한 연기가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거대한 스케일을 만든 자본이 내용과 따로 놀지 않고 밀착되어서 좋은 역할을 한 것만으로 이 영화는 인정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많은 볼거리, 그리고 완성도 있는 이야기의 긴장감이 합쳐져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국의 화려함 앞에서 눈이 무척 즐거운 영화 ‘황후花’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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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nwe
곧 봅니다...   
2007-03-27 12:56
1


황후화(2006, Curse of the Golden Flower / 滿城盡帶黃金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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