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포터, 그녀의 사랑 얘기보다 르네 젤위거의 웃음 머금은 얼굴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영화다.
영화 팜플렛이나 홍보 동영상을 보다 보면 누구나 기대하는 선입견을 갖게 되는가 보다. 나도 이 영화의 팜플렛을 보고 기대되는 영상이 있었다. 재능은 있지만 엉뚱한 그녀, 그리고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이끌어 주며, 역경을 이겨내고 사랑의 열매를 이어가는 감동적인 장면이 그것이다. 특히, 그림 속의 동물들을 살아 움직이는 듯 대하는 그녀에 태도에 대하여 남들의 거친 눈길 속에서 이것을 보호하고 이끌어 주는 노만 워른의 능력을 보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그런 나의 선입관을 다 채우지는 못한 것 같다. 러브스토리로 보기에도 사랑의 전개가 약하고, 전기로만 보기에도 그녀의 삶이 약하게 들어난 것 같다. 단지 가벼운 터치로 그녀가 어떤 재능이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책으로 구현되었는지에 대한 가벼운 에피소드를 다룬 자서전를 본 느낌이다.
영화가 나쁘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의 기대치에 비추어 나쁘다고 말하겠다. 특히, 결말은 너무 허무스럽다. 기승전결식의 구도에 익숙한 나는 갑작스러운 사랑의 돌발상황에 뒷통수를 맞은 듯 허무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미스 베아트릭스 포터! 귀족사회의 너무나 좋은 환경에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 그녀는 분명 행운아다. 그녀에게 타고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귀족스런 풍요로움의 혜택이 없었다면, 과연 그녀가 커서까지 이런 동화같은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그녀의 책에 나오는 그림도 이야기도 꽤나 귀족스러워 보인다.
스크린에 펼쳐진 복고풍의 깔끔한 화면은 보기에 정말 좋았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귀여운 그림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남는 것은 미스 포터역의 르네 젤위거의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함박 머금고 웃음을 참는 듯한 모습만이 남는다.
이 영화로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을 알게 되었고, 그녀 일생의 작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 그녀에게 그녀의 사랑이 동화는 아니었는지 몰라도 그녀의 삶은 동화같이 다가 왔다. 조금은 부럽고 샘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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