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 : 그들의 모습에서 내 길을 생각해보다
이 영화는 [200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상영작이라는 이유로 보게 된 영화다. 그저 단순한 동기로 영화제 영화들을 한 번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심정에 매진되지 않은 영화 중에 한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심정에 그 중에서 배우 엄지원이 선택하고 그녀의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다는 이유로 본 영화다.
STORY
로잔나 아퀘트 그녀는 이제껏 배우로 살아오다 문득 자신과 같은 여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은 충동에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의 관심사에는 바로 데브라 윙거가 왜 은퇴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는 의미에서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라는 제목을 달고 여배우들을 만난다.
그녀는 유명했던 배우, 유명한 배우, 조연에 머무른 배우, 퇴물 취급 받는 배우 등을 가리질 않고 이들에게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들을 그들에게 건낸다
그녀들에게 헐리웃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40대가 되어서 느끼는 생각은 어떤가? 연기에 대한 열정과 그에 반해 헐리웃에서의 현실의 벽에 대한 심정은? 일과 가족 두 가지 일은 다 할 수 있는 건 가능한가? 꿈에 불과한가? 가정에 대해 과연 얼마나 충실한가? 배우로서의 삶, 여성의 삶 중 어느 것이 더 가치로운가? 배우를 함에 있어 후회는 한 적은 없는가? 성형에 대한 배우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여배우들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어떠한가? ...
그녀는 자신이 인터뷰한 수많은 이들을 통해 지금껏 자신이 마주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그녀가 과연 품고 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은 그녀는 마지막으로 데브라 윙거를 찾아가 자신이 이제껏 봐온 과정과 그에 대한 답을 건내며 이야기하는데 ...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의 볼거리
-헐리웃에서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 그녀 역시 여느 여성과 다를바 없다
여기에 나오는 수없이 유명한 배우들의 영화를 보아왔지만, 영화 속의 그녀들은 특별했다. 스크린 속에서는 한없이 빛난 존재였고 영원한 존재였다. 그런 그녀들이 가지는 아픔과 고통은 대개 제대로 보여지질 않았다.
그녀들은 주어진 질문에 대해 진지하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일에 대한 열정과 가정에 대한 갈림길에 선 모습 나이가 들어가면서 열정은 있건만 퇴물 취급 받는 모습 사랑에 대한 갈증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그녀들은 배우라는 것들을 떼어내면 그저 우리와 별반 다를바 없는 평범한 여성이라는 존재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그녀들이 보이는 모습 이외의 숨겨진 아픔과 괴로움들에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 역시 사람이고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모습 역시 이와 다를바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그녀들을 통해서 생각해 본 한국 사회
실제 이 영화는 헐리웃이라는 연예계의 특정한 곳. 여배우들이라는 특정한 직업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르게 생각해보면, 한국이란 곳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녀들이 처하고 있는 현실에서 특수한 조건들을 떼어내고서 본다면, 다른 의미로 평범한 직장인들이 접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기도 하지 않을까. 단순한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 불문한 우리가 처함 보편적인 현실의 문제일 것이다.
회사 간부, 공무원, 학교 선생, 의사, 말단신입직원, 계약직,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까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의 아쉬움
-우리에겐 왜 이런 다큐멘터리가 안 나오는가 아마 이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의문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왜 우리에게는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안 나왔을까.
실제 우리에게는 여기서 말하는 데브라 윙거처럼 같은 과정을 거친 이들이 수 없이 많다.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질문에 과연 수없이 많은 여배우들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여배우만이 아니라 중년의 배우들이 처한 기성배우들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그렇지만, 이와 같은 영화가 없기에 아쉬움이 남을 따름이다.
아마도 우리에겐 이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들이 많기에 아마도 이러한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못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를 보고
-그들의 모습에서 내 길을 생각해보다
영화를 보기 앞서 이 영화는 어쩌면 단순한 페미니즘적인 시각이나 여성이라는 의미로 생각되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이야기와 행동들은 그저 단순히 꾸미거나 지어낸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기에 더욱 공감했다.물론 그러한 것들이 직업의 특이성이 있을 지언정 원론적인 의미에서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과연 난 그러한 것들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들과 같은 벽에 부딪혔을 때 난 무엇을 했나. 그리고, 지금 난 어떤 길을 가려 하는가.
여기에 나온 수많은 질문과 답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과연 난 어떤가?' 결국에 나온 건 난 나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일과 사랑, 가족, 명예 그 모든 것들에서 딱 하나 나라는 것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 간단한 답일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제일 약삭 빠르고, 욕심 많은 답이라고 본다. 그게 제일 힘들고 실현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얻은 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미 답을 얻었으니 그 답에 충실히 나아가는 것만 남았다는 생각에 그 답을 위한 행동을 하려고만 할 것이다. 그게 바로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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