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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앞에 무너진 전투적 평화주의.... 묵공
ldk209 2007-01-07 오후 6:43:46 11187   [35]

[묵공] 현실 앞에 무너진 전투적 평화주의....

이 영화는 고대국가가 성립되면서 벌어졌던 영토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대륙에 7웅이 할거한 기원전 370년 전국시대다. 역사적으로 결국 중국대륙을 통일할 조나라는 항엄장(안성기)를 필두고 10만 대군을 연나라 침공을 위해 출정시키자 그 길목에 자리잡은 초라한 양성은 저항하면 무차별 학살될 것이요, 항복하면 노예로 전락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운명에 처한다. 양성의 군주는 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매일 술판을 벌이고, 조정 대신들은 대부분 안전한 항복을 왕에게 권유한다. 그들이 걸고 있는 유일한 희망은 침략당한 약자를 도와주는 묵가 세력의 원조 밖에는 없다.

겸애를 숭상하는 묵가는 국가 관계도 개인 관계처럼 되어야 하고, 될 수 있다고 믿는 평화를 주장하는 사상가였다. 묵가가 파견한 혁리(류덕화)는 한 달만 양성을 수성하면 연나라 침공이 목적인 조나라의 대병력을 물리칠 수 있다고 설득하며 병권을 장악한다. 그의 수성술은 대단히 놀라운 것이어서 몇 차례의 조나라 공격을 무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 조나라 군 내부에서도 양성을 비켜가 그냥 연나라 공격으로 나가자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두철미한 군인인 황엄장은 혁리에 대한 라이벌 의식, 존경이 혼재된 가운데, 기필코 혁리를 꺾겠다는 의지를 높인다.

[묵공]은 아카데미 외국영화상을 수상한 [와호장룡] 이후 등장한 [영웅] [연인] [무극]이 보여준 CG를 동원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채색된 대규모 무협액션 영화가 아니라 어쩌면 한국영화 [무사]와 같은 매우 현실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그 액션은 너무 현실적이라 그 동안 중국영화에서 느끼기 힘든 잔인함마저 느껴진다. (감독인 장지량은 [무사]의 열광적 팬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류덕화의 의지와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는데, 류덕화는 이 영화를 단적으로 반전 영화라 정의하고 미국인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도 있다.

[묵공]과 동일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웅]을 돌이켜보자. [영웅]에서는 진시황을 중심으로 한 중국 통일이야말로 전국시대의 혼란을 종식시킬 유일한 방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묵공]은 그러한 영웅주의적 주장에 명백히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성과 같은 조그만 성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진정한 평화요, 그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설명하고 있다. [영웅]이 결국은 승리한 자가 정의라는 지극히 결과주의적 입장에 서 있다면, [묵공]은 정의가 승리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입각해 있는 것이다.

평화주의자인 묵가 세력은 인도의 간디가 그러했듯 무조건적 평화, 비폭력을 외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전략 전술을 이용, 성을 지키는 방어적 폭력을 용인한다. 전투적 평화주의라고 명명할 만한 이런 입장은 혁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혁리는 조나라의 대군에 맞서 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양성 군인들이 항복한 조나라 군사를 무차별 학살하는 것에는 명백히 반대하며 괴로워한다. 이런 혁가를 추종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양성군주는 위기감을 느끼고 혁리 및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을 반란 혐의로 체포해 처형하려 한다.

바로 이 지점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묵가의 평화주의가 가지는 한계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결국 조나라는 중국을 무력으로 통일함으로서 묵가 세력이 패배했음을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승리한 조나라가 정의일 수는 없다는 무거운 주제 의식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러 측면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혁리와 일렬이 조나라 군대의 모습을 정찰하기 위해 몰래 나서는 장면에서 낮이었다가 밤이었다가 갑자기 낮이 되는 등 편집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들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꼽히는 안성기가 맡은 항엄장의 경우 인물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마지막 혁리와의 대립장면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안성기는 더빙 대신 직접 중국어로 연기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안성기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아서 좀 어색했다.)

이런 몇 가지 결핍에도 불구하고 반전 평화라는 무거운 주제 의식과 안성기, 류덕화라는 배우의 존재감, 그리고 잔인한 전쟁터에서 싹튼 혁리, 일렬의 로맨스까지 곁들여진 [묵공]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총 0명 참여)
ldk209
많은 중국 영화들이 묵공으로부터 배웠으면...   
2007-04-21 09:37
tany
안성기 유덕화 두 명만으로 볼 가치는 있다   
2007-01-15 10:06
1


묵공(2006, A Battle of Wits / 墨攻)
제작사 : 보람영화사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mukg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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