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 라는 영화 제목은 개봉하기 몇 달 전부터 귀에도 눈에도 익숙했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요즘 개봉한 것이 아니고 이미 개봉한지 꽤 오래된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한 2개월 전에 친구들에게 “미녀는 괴로워, 벌써 개봉한 것 아니니?”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평소 김아중이라는 배우에 그리 큰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홍보가 참 잘되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오랜만의 친구와의 만남,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요즘 살빼기, 다이어트는 모든 여자들이 다 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 살이 찐 정도가 어떠한지를 떠나, 그저 은연중에도 ‘살쪗어’, ‘다이어트 해’ 이런 얘기를 내뱉곤 한다. 여자들이라면 정말 익숙할 것이다. 또 내 자신도 그런 나를 자주 발견한다. 각종 영상매체 종용한 탓에 예쁘고 마른 연예인들만 보다 보니 그처럼 되고 싶어진 것인지 아니면 외모지상주의의 만연 자체가 사람들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그 시작이 일어났는지는 몰라도 지금의 상황은 정도가 심해지는 인상을 줄 뿐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 미녀는 괴로워이다. 왜 괴로울까? 미녀가 되기 위해서 심적, 육체적 고통과 노력이 부단히도 요청되기 때문이다. 우선 살을 찢고 뼈를 깎는 그 각고의 공을 들여야 한다. 그 다음 ‘겉’미녀가 되어가는 과정과 속에서 그리고 그 결과에 이르렀을 때 감당해야 할 심적 고통이 있다. 그 2가지 괴로움이 이 영화에서 잘 펼쳐지고 있다.
코메디 영화라서 웃으며 즐겁게 넘길 수 있다는 가벼움으로 홍보되고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의혹을 두며 늘 시시콜콜 잡담거리로 삼는 대표적인 ‘성형’ 문제에서부터 전에 빅마마의 뮤비에 이용되었던 겉미녀들의 립싱크 문제라던지 하는 자극적인 소재가 참 많이도 존재하고 있다. 좀 더 잘 비꼬고 꼬집었으면 좋았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웃기에는 또 약간 감동적이고 그렇다고 굉장히 절절한 감동을 주며 교훈을 주기엔 모자란 영화다. 또한 원작이 일본만화라서 그런지 일본식 ‘깨달음‘ 감동이 영상에 가득 담겨있다. 진심으로 고백하고 눈물을 짜 내면 사람들이 진정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인데다 웃음이 감동으로 승화되기엔 모자란 구석이 많았지만 생각할 거리를 조금이나마 던져주었다는 점이 좋았다.
눈에 익은 여러 배우들이 출연을 한다. 그런 까메오들은 웃겨주시는 분들이 대체적으로 많다. 대표적으로 이범수. 그런 부분들은 정말 감초라고 해도 될 만큼 영화의 지루함을 그나마 이기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생각보다 굉장히 러닝타임이 길다고 느꼈고 ‘언제 끝나지?‘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이 말은 좀 지루했다는 얘기다. 분명 코메디 영화라서 웃기다가도 금새 지루해졌다. 뭔가 맥이 끊기면서 동시에 집중이 끊기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 점은 참 안타까웠다. 조금 더 빽빽하게 빠르게 갔다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기대 이상의 보컬능력과 목소리 연기를 보여준 김아중, 그리고 그녀의 1인 2역 연기는 특수분장의 어색함을 죽여줘서 다행이었다. 물론 특수분장하는 것이 돈도 돈이지만 굉장히 힘이 드는 작업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상대역 주진모는 외모만큼 값을 한 것 같다. 그 동안 왜 많은 배역을 못 잡았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뭐라고 말을 해도 코미디 영화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어쩌면 뭔가를 던져주길 바란 나의 기대감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더 죽이는 것도 같다. 가뿐하게 영화를 즐기기엔 부담없고 좋은 영화였다. 마지막으로 성형에 대한 나의 생각에 딱히 큰 변화를 줄 정도의 포스는 없던 영화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