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충무로에서 흔히 나오는 코미디 장르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와 같은 조폭 코미디. 몽정기, 누가 그녀와 잤을까 등의 섹스코미디. 마지막으로 선생 김봉두나 광복절 특사와 같은 소재형 코미디가 그것이다.(로맨틱코미디는 아예 또 하나의 장르이니 빼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재형 코미디가 부족하다. 그나마 요새는 소재형 코미디 영화가 많이 만들어 지고는 있지만 흥행면이나 작품성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기존의 코미디 영화가 놓쳤던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만족한다. 이는 충무로에 거의 1년에 한 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바로 김아중이다. '해신'이후로 개인적인 팬이었던 김아중씨는 이 영화로 자신의 장기를 100%이상 소화해냈다. 강한나 역을 할 땐 특수분장을 하면서 전용 에어컨까지 붙여가면서 혼신의 연기를 해냈고, 제니 역을 할 땐 자신이 가진 발랄하고 청순하면서도 귀여운 외모와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사실, 김아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로 정말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고 본다.
그 밖에 주진모, 성동일, 김현숙, 이환휘, 박노식등. 조연진들도 각자의 연기를 잘 했다. 특히 주진모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배우였지만 해피엔드와 무사 말고는 그다지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 영화에선 김아중과의 호흡 뿐만 아니라 극을 이끌어 나가는 젠틀한 면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이미 네이버에 한 네티즌이 말했지만, 휴 그랜트나 콜린 퍼스등과 같은 로맨틱 코미디 전문 배우로까지 거듭날 수 있는 외모와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고 생각된다. 그 밖에 이범수를 포함한 여러 카메오 출연진들도 오버하지도 않으면서 포복절도한 웃음을 준다.(카메오 출연진들이 나온 영화중 가장 오버한 영화가 친절한 금자씨가 아닐까......)
김용화감독의 연출력도 정말 좋았다. 소재형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재인데, 소재는 이미 원작 만화에서 따 와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지만 중요한 건 이 만화를 어떻게 각색하는 가인데, 정말 소재만 따오고 주변 이야기들은 새로운 이야기로 꾸며넣은 시나리오도 좋았고 배우에만 의지하지 않고 상황에 따른 이야기로 승부를 하는 연출력은 정말 일품이었다. 특히 성형이라는 자칫하면 위험한(?) 소재를 잘 이용하여 성형에 대한 비판과 충고를 동시에 하면서 '사람은 외모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라는 교훈을 잘 전해주기도 했다.
또,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음악도 너무 좋았다. 내가 영화를 보자마자 OST를 구입한 영화가 많지 않은데,(왕의 남자, 킹콩, 이터널선샤인, 레이가 고작이다.) 이 영화는 영화를 보고나서 바로 OST를 구입해버렸다. 영화의 기본 주제곡인 '마리아'부터 시작해서 많은 수록곡들은 귀를 즐겁게 하였다. 특히, 이 노래를 직접 다 부른 김아중씨의 가창력은 정말 놀라웠다. 원래 가수를 하려고 했던 김아중이었는데, 이 정도의 가창력이었으면 지금 가수로 대뷔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만한 가창력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후반부이다. 마지막 콘서트 장면은 분명히 감동적이고 눈물을 자극하는 장면이긴 하지만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작위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코미디영화가 보통 저지르고 마는 오류를 이 영화에서도 저지르고 만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 영화가 바로 '스쿨 오브 락'인데, 이 영화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기만 하다. 감동을 주려고 하거나 뭔가 반전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 영화. 특히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영화 막판에 항상 등장하는 '감동씬'때문이다. 콘서트 장에서 자신이 성형 미인이라는 걸 고백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관객들의 반응과 제니의 반응은 너무 작위적이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다른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보다는 훨씬 그 연결이 자연스러워서 다행이긴 하지만 ......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재미있다. 올 해 나온 한국영화 중 어쩌면 가장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괴물과 타짜도 분명히 재미있었지만, 괴물은 재미있다는 생각보다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타짜는 괴물보단 재밌지만 과도한 폭력장면들로 보면서 약간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정말 부담없이 재미있다. 그것도 모든 사람이 다 즐기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장르로 말이다. '사람을 웃기는 게 가장 힘들다'는 말도 있듯이, 사람을 웃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미션 석세스이다.
P.S - 얼마전에 김용화감독이 김아중씨와 사귄다는 기사가 올라왔죠. 김용화감독. 복 받은 겁니다 ㅜ.ㅜ
20자평 - 김아중의 매력 300%. 이걸로 충분하다
유의사항 - 영화를 보면 OST도 사야 할 겁니다 .
비슷한 영화 - 저스트 프랜드
이 장면만은 - 제니의 친구가 수면제를 먹고 뻗은 뒤 의사가 하는 말. 제니의 첫 공연에서 열창하는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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