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워~
매니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공포영화나 호러영화를 꽤 좋아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귀신 영화는 잘 안 보게 된다. 이유는 특별히 없다. 귀신이라든가 영적 존재의 존재(?)를 별로 신뢰하지 않아서 귀신으로부터의 공포가 그다지 가슴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귀신보다는 사람이 확실히 무섭다.
그러나 가끔은 공포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 때문에 좋다고 느껴지는 귀신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여고괴담>도 그 중 하나였다.
<그루지2>는 세 개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야코의 원한에 의한 기이한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는데, 시간적으로는 시카고의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얘기가 맨 마지막이다. 한 때 연인이었던(^^) <플레시 댄스>의 제니퍼 빌즈를 간만에 보는 즐거움은 논외로 하고, 정체를 숨기고 있는 옆집 딸의 존재는 귀신이 나오는 이 영화에 약간의 스릴러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그 딸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동떨어져서 진행하던 다른 이야기와의 연관성이 드러나는데, 그다지 어려운 미션(!)이 아닌 것도 있지만, 그 때까지 이야기 흐름이 상당히 산만하게 흘러가 집중력을 유지하기 좀 힘들었다.
주로 서구의 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와 달리 동양적 귀신 영화의 주요한 특징은 귀신에게 맺힌 한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 피해자들은 대부분 그 한과 관련한 인물이라는 것이고, 셋째 귀신 편에서 그 한을 풀어주는 인물이 나타난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그 한이 풀어지면 구천을 떠돌던 귀신도 편하게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루지2>는 전통적인 동양 귀신 영화의 특징에서 좀 멀어져 있다. 한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을 죽일만큼 강력한 한인지도 잘 모르겠고, 피해자들은 무차별적이며 막무가내이다. 한을 풀여주려는 인물이 나타나긴 하는데, 한을 푸는 방법은 제시되지 않는다.
가장 유력하게 한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했던 인물은 한을 풀어주기는커녕, 끊임없이 '가야코의 원한은 풀 수 없다. 복수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만 되뇌인다. 이 장면에서 <나이트메어>나 <13일의 금요일> 같은 끊임 없는 <그루지> 시리즈가 탄생하는 건 아닌지 괜한 걱정이 일었다.
기존 동양 귀신 영화의 관습을 뒤틀었다는 점을 새로운 시도로 이해하고 점수를 주어야 할까? 문제는 새로운 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새로운 시도란 게 사실상 동양적 귀신 영화의 서구식 변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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