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신드롬... 인질이 납치범과 동질 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지강혁 탈주사건,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실제 사건은 좀 비슷했다고 기억된다.
실제로도 지강혁의 자살 기도를 인질이었던 젊은 여자가 막으려 했고, 그 와중에 뛰어든 경찰 특공대는 사실상 저항하기 힘들었던 지강혁을 사살한다.
나중에 인질이었던 그 여자는 경찰을 비난하고.
그런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덧붙여 만든 영화인데,
우선 지강혁 역을 맡아 살을 쪽 빼고 나온 이성재와 조연들의 연기는 상당히 괜찮았다. 특히 이성재는 섬뜩할 정도로 자신의 배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문제는 최민수인데 너무 전형적 악인이라 현실성 면에서도 떨어지고, 영화에 몰입하려 하다가도 최민수만 나오면 짜증이 났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바 없는 연기 패턴, 거기에 실제적 모습까지 덧붙여져서 그런지, 영 호감이 가질 않는다.
영화도 탈주하는 과정까지는 빠른 템포로 진행되다가 탈주 이후 너무 감동을 주려는 의도가 역력해지다보니, 내용적으로 질질 끌게 되고, 후반부가 조금만 빠르게 편집이 됐더라면 더 재밌었을 듯 싶은데.
이 영화는 이제 막강한 자본의 힘으로 영화시장을 장악한 멀티플렉스 개봉 극장의 최고봉 CGV가 라이벌 회사의 투자 영화라서인지 일찍 간판을 내림으로서(나중에 다시 올리긴 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 영화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내 관점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굳이 살리기 운동까지 벌일만큼 뛰어난 작품은 아니라고 보인다.
영화의 의도는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런 주제도 특별히 부각되지는 못했고,
특히 인물의 전형성면에서 낡은 틀을 고집했다는 점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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