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 과 '악의' 의 뜻을 담고 있는 그루지는 일본영화 '주온(呪怨/じゅおん)' 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샘 레이미의 제작참여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 제한되었던 범위의 공포를 국제적 범위로 넓히는 광범위한 스케일, 그리고 영화
'링' 처럼 무한적으로 반복되는 죽음의 바이러스 같은 무차별적 공포의 저주는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헐리우드 리메이크 판에서 보여주었던 그루지의 특성은 특수효과뿐만 아니
라 스토리로서도 이색적인 시도를 함으로써 색다른 공포의 맛을 살려주었다.
원한을 저주한다는 의미의 주온의 의미처럼 영화는 아내와 아들을 무차별하게 살해한 남자
를 포함한 전 가족의 억울한 원한이 가득담긴 집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색적인 것은 주온
에서 찾아볼수 없는 색다른 힌트가 <그루지2> 를 통해 제공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야코
(후지 타카코)의 어머니가 엑소시즘을 행하는 무당 비슷한 의식으로 사람들을 치유해 주었
고, 치유과정에서 나오는 악령을 가야코에게 먹인 탓에 지금의 저주가 생겨나게 되었다는 식
의 이야기와 가야코의 어머니가 집은 문제가 아니면서 마치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리는 듯한
죽음의 신이나 바이러스처럼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공포에 대한 예고성 멘트를 날리는 장면
은 '그루지3' 편의 예고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전편에서 유일한 생존자 였던 카렌(사라 미셀
겔러)과 그녀의 동생 오브리(엠버 탬블린)의 이야기와 시카고의 아파트에 사는 제이크(매튜
나이트)의 에피소드, 그리고 앨리슨(아리엘 케벨)과 그녀의 친구들의 에피소드등 세가지 루
트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귀결은 항상 '죽음' 과 연결된다. 모든 것을 소멸하려는 듯 무차별
적인 저주로 희생되어 가는 희생자들의 죽음은 공공장소의 선택여부에도 관계없이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가야코와 토시오(다나카 오가)의 저주세례에 죽음을 맞이한다.
주온시리즈부터 이어온 피할수 없는 공포의 업그레이드와 음향효과를 떠나서 헐리우드 리메
이크 작만의 색다른 분위기와 공포감의 요소를 이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드는 후속
편이다. 전편의 색다른 공포를 흡수하게 만드는 장면은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고 단조로운 공
포의 반복과 왠지 빈약해 보이는 가야코의 포스는 컷트된 필름의 시간만큼이나 공포영화로
서 격이 떨어지게 만든다. 새롭게 추가되는 부분외에도 갑작스럽게 파고드는 공포적인 연출
에 귀를 기울였으면 후속편으로서 제 몫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포영화로서 제대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채 모습을 드러 낸 듯 해 상당히 아쉬운
부분도 많았고 그만큼 다음편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본다.
좀 더 스케일이 넓어지고 광범위 해진다면 '링' 과 같은 바이러스성 죽음의 확산으로
색다른 전개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볼만한 장면과 함께 새로운 루트의 에피소드는 신선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느낌에 만족할
만한 공포적인 상황연출이 부족했음이 느껴진다.
전편처럼 신선하고 색다른 분위기의 공포연출이 시도되지 않았던 후속편,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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