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너무 더웠다.때마침 밀려들오는 일 때문에 밖에서 기다리는 애인을 시원한 백화점으로 보냈다.한달후면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혼부부가 되는 두 사람.단지 그들의 꿈의 일부인 신혼살림장만을 위해서였다.그리고 그가 백화점 앞에 도착한 순간 멀쩡히 서 있던 백화점은 굉음을 내며 무너지기 시작한다.두 사람이 꿈꾸었던 밝은 미래,꿈,사랑은 그의 눈앞에서 콘크리트 더미속에 깔리고 만다.
그리고 10년 후
여전히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남자.순수했던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도 사그라지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간다.그때 그의 앞에 한권의 일기장이 도착한다.일기장을 넘기며 그는 그녀가 생전에 그녀가 걸었던 가을날의 길이란 것을 안다.그녀가 남긴 글을 더듬으며 그녀의 목소리가 마치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속에서 부는 차가운 바람처럼 차갑고 황량한 바람을 맞으며 쓸쓸하고 아름다운 가을날의 길을 걷는다.참아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말을 걸면 손만 뻗기만 하면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그녀의 존재를 느끼며,그러나 그녀가 남긴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그녀에 대한 마음은 희미해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한다.그와 똑같은 길을 더듬으며 마음속의 깊은 상처를 잊으려 애쓰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그는 느낀다.
마치 저 세상의 그녀가 자신을 잊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새로운 사랑을 그의 황량한 인생속으로 데려간 것이 아닐까?자신을 잊으라고.새로운 사랑을 찾아 더 행복해지라고.그는 마음속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새로운 인생을 위해.새 연인을 위해.새 연인의 손을 잡고 쓸쓸하지만 너무 아름다운 가을날의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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