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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최근 한국 흥행 영화의 공식에서 한참 비껴나 있다. 가벼운 소재의 코믹 터치 코미디가 흥행 영화의 키워드로 작용하는 지금, <중독>은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호흡이 긴 정통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륜"을 넘어 "패륜"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한 "형수와 시동생의 사랑" 이라는 도덕적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를 채택한 것도 위험한 점으로 꼽힐 만하다. 그러나 이병헌과 이미연이라는 두 명의 흥행 스타가 "패륜"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의좋은 형제 호진(이얼 분)과 대진(이병헌 분)은 호진의 아내 은수(이미연 분)와 함께 한 집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대진은 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카레이싱 대회에 출전했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고, 같은 시간 호진 또한 교통 사고로 중태에 빠진다. 1년 후, 기적적으로 깨어난 대진은 자신이 호진이라고 주장하고, 은수는 남편과 똑같은 대진 앞에서 혼란에 빠진다. 은수는 호진의 영혼이 대진의 육체에 "빙의"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점차 대진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호진을 보게 되는데...
"빙의" 현상을 소재로 다뤘다는 점에서 <중독>은 최근 개봉된 일본 영화 <비밀>과 공공연히 비교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비밀>이 코미디적인 요소가 다분한 시추에이션 드라마인 반면, <중독>은 멜로와 미스테리가 결합된 장르 영화로 밝혀져 표절 시비는 말끔히 일단락 시켰다. 호진은 아내 은수에게 있어 완벽하고 자상한 남편이며, 은수는 호진을 "아버지가 보내준 선물"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소중한 존재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은수는 "빙의"되었다고 주장하는 대진에게서 호진을 느끼고, 터무니 없게 여겼던 "빙의"를 그 자신 또한 믿게 된다. (자신이 누렸던 행복한 삶에 대한 지나친 갈구에서 스스로를 "중독"시켜 버린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멜로로 시작된 영화는 중반부터 불안한 미스테리 스릴러로 변모하지만, 이내 안전한 "멜로"로 제 자리를 찾는다. 이와 함께 철저히 은수의 시점에서 진행되던 영화 역시 대진으로 옮겨가며 극 결말의 그 충격적인 반전을 준비한다. 반전에 그럴듯한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영화 속에는 중반까지 수많은 장치들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반전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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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를 위해 체중 감량을 감행했다는 이병헌은 가슴 속 깊은 곳에 욕망을 감춘 대진 역할을 완벽하게 체화해 내었다. 이미연 역시 기존의 연기와 그다지 차별되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안정적인 연기를 선뵌다. 그러나 <중독>은 이들보다 호진을 연기한 이얼의 연기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얼이 연기한 호진은 과연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순수한 영혼으로 묘사된다. 형의 영혼이 빙의된 대진 조차 감히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일까? 그 비극적인 사고 이후의 대진(혹은 호진)은 다소 작위적이면서 인공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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