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아픔의 경험. 항상 이런 영화를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영화에 대한 평가나 느낌은 개인적인 경험과도 관계 있을 것 같다. 비슷한 경험이나 감정을 가져본 사람들이 더 남달리 느끼는 영화들이 있다. 물론 경험과 관계없이 감동을 주는 영화들도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 전반부는 좀 느슨하게 봤고 후반부에 좀 더 몰입이 되었다. 내게 큰 감동을 주지는 않았지만 멜로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향에 비하면 그래도 아련한 감정이 느껴졌다. 비슷하게 헤어진 아픈 경험이 있었다면 아마 더 다르게 영화를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나중에 한 번 더 보면 더 많은 느낌이 날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준세의 이탈리아인 선생님. 그선생님과 준세의 이야기를 좀 더 섬세한 감정으로 비중을 두었다면 또 하나의 강렬한 이야기가 탄생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랬다면 이 사랑이야기는 열정적이고 매혹적이게, 그리고 아오이와의 이야기는 잔잔하고 아련하게 대조를 이루었겠지. 개인적으로 더 알고 싶었고 끌렸던 이야기였지만 그랬다면 영화 전체의 구도가 달라졌어야만 했을 것이다.
준세와 아오이. 이 둘의 사랑에서 또한 큰 역할을 한 것은 함께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둘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이인 19살때부터 함께 많은 것들을 공유했고 그때부터 오랜시간 서로를 그리워 했다. 성인이 되가는 시기를 공유한 사람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상대가 연인일 때는 더욱더. 너무나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해서 더 잊혀 질 수 없었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절대 잊을 수 없었던 이 둘의 사랑과 함께, 다른 사람을 가슴에 품고 자신을 사랑하는 또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문제라는 것, 사람들이 익히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진리도 영화에서 확인된다. 그러고보면 곁에 없는 한사람에 대한 사랑이 가슴속을 가득 채워 곁에 있는 한사람의 마음을 들일 틈이 없다는 것이 사랑이 부리는 마법같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정말 엔딩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다신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그 사람이 자신을 기다리는 경험을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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