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최고 커플로 공인받던 그웬과 에디는 '시간을 넘어서'라는 영화를 찍다가 그웬이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별거한다. 개봉일을 앞두고도 영화 촬영이 이들 때문에 별 진전이 없어 망하기 일보 직전인 제작자는 홍보 전문가 리에게 초호화판 시사회를 열어 이들을 재결합시키라고 한다. 최근작 중 보기 드문 초호화 캐스팅의 <아메리칸 스윗하트>는 제목대로 할리우드 스타들의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역설적으로 글 배경인 헐리우드를 자기 파멸로 치닫는 몹쓸 '동네'로 설정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영화의 상당 부분은 할리우드의 빗나간 상혼을 정색하고 비틀어댄다. 리는 시사회에 참석할 기자들에게 영화 '시간을 넘어서'에 나오는 총을 선물하자는 직원의 제안을 조롱하며 최고급 가방을 준비하라고 명령한다. 에디가 그웬을 만나려는 과정에서 마치 자위행위를 하는 듯한 장면이 경비 카메라에 찍히자 리는 이를 빼내 오히려 방송국에 건네주면서 영화 홍보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 영화가 할리우드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신경질적인 것은 무엇보다 감독의 독특한 연출경력과 연결된다. 그러나 감독의 이러한 개인적인 사연 탓인지 영화는 정작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마저 확보하지 못한 채 중반이 한참 지나서야 로맨틱 코미디로 돌변한다. 그래서 에디는 그웬의 친언니이자 개인 비서인 키키에게 별 계기도 없이 옛 추억에 의존한 채 사랑을 느끼고 가뜩이나 동생 뒷바라지에 환멸을 느끼던 키키는 에디의 머뭇거림에 답답해한다. '진짜 사랑 찾기'와 '할리우드 흠집내기'가 함께 절정에 이르는 종반부에서는 사실 어느 것이 주제인지 다소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 '사랑찾기'로 결국 방향을 틀고 할리우드 상혼을 포함한 영화 속 모든 문제는 엉뚱하게도 변덕 심하고 공주병 환자인 그웬에게 있는 것처럼 비치는 한계를 드러낸다. 그렇다고 이렇게 다소 삐걱거리는 플롯이 줄리아 로버츠, 캐서린 제타존스 등 주연 4명의 색깔 분명한 호연을 전혀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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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윗하트(2001, America's Sweethearts)
제작사 : Revolution Studios, Face Productions, Shoelace Productions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