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극장 : 유치한 영화인가? 매니악한 영화인가?
올해 부천영화제 상영작이었지만 당시에 시간이 안맞아 보질 못했던 관계로 못본 영화중 하나였다. 본격 뮤지컬 영화 1호라는 점이 과연 어떤 모습의 영화일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 보게된 영화이다.
STORY
소단이는 '삼거리 극장에 활동 사진 보러간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진 할머니를 찾아 삼거리 극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곳에는 할머니는 만날 수 없고, 극장이 문닫고 난 뒤 유령들만 만나게 된다.
결국 할머니를 찾기위해 삼거리 극장에서 일하게 된 소단이. 과연 그녀는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삼거리 극장의 볼거리
평범함을 거절한 B급 센스가 돋보이는 영화
우리 영화의 경우, 현실성이 강한 영화를 특히 좋아하지만, 그에 반해 블록버스터 급 판타지가 아니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급 판타지도 아니고, 현실성이 강한 작품도 아니다. 그래서, 이 두가지 길 속에서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 영화 기본적인 골격은 B급 영화들이라고 본다.
거의 다 쓰러져 가는 극장에 상주한 장난꾸러기 유령, 자살기도 상습범인 극장주, 할머니를 찾아 알바 중인 철없는 10대 소단,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삼거리 극장이라는 곳에 모여 서로가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스토리텔링 식의 영화와는 거리가 먼 뮤지컬 영화인 만큼 이야기보다 캐릭터들의 개성을 십분 발휘한다. 그로인해, 자칫 진부하게 보일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에 있어서 이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양념들을 추가한 것이다. B급 영화들의 기묘함과 재미가 넘처나는 만큼 이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면 너무나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아마도 그런 정서로 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 속 장면 속에 있는 여러 영화 들의 패러디같은 장면들을 생각나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최고인 배우 천호진
이 영화에서 그나마 여러 영화에 나온 이는 배우 천호진이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로 했기에 위험요소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있기에 뭔가 달랐다.
내가 본 배우 천호진은 그 어떤 영화에서든 자신의 배역에서 자신 만의 빛을 발하는 몇 안되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이 영화 역시 그의 연기는 최고였다. 요즘 그의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키타노 타케시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다른 배우들의 조합 역시 좋았지만, 적어도 내겐 그가 있었기에 이 영화가 더욱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직도 보여줄 게 많은 것이 남아있는 것 같아 그의 다음 영화를 더욱 기대하게 된다.
삼거리 극장의 아쉬움
오버하는 연기, 오버하는 이야기
뮤지컬 영화라는 특징에 맞게 작품의 성격상 특유의 과도한 오버가 눈에 띈다. 이 경우, 좋고 싫음이 나오기 마련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 관객의 일반적인 성향상 스토리 텔링,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것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의 이야기는 전반과 후반의 흐름 역시 너무나 달라지는 탓에 영화가 생각 이상으로 오버하는 느낌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그런 면을 따져보면 아무래도 취향의 문제가 극단적으로 갈리기 쉬운 영화라는 게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시도가 돋보이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삼거리 극장을 보고 삼거리 극장, 유치한 영화인가? 매니악한 영화인가?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B급 정서가 많이 든 영화라고 본다. 그런 탓에 아마도 멀리하기 쉬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요즘같이 CG의 높은 완성도나 특수효과등도 빼어난 것이 많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간혹 보이는 어설픈 모습에 갸우뚱하기 쉬운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게 B급 정서가 아닐까. 감독의 그러한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유치한 영화로 보이기 쉬운 약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에서 보이는 B급 영화의 정서때문에 아무래도 기호의 차가 명확히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굳이 한 가지 특성을 지닌 것을 보는 것도 일종의 편식일 수 있으니 그걸 가끔은 벗어난 작품을 보는 것 역시 재미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적어도 내게는 이 영화 속에 있는 장면 곳곳에서 예전에 다른 영화에서 봐왔던 모습을 떠올림으로써 더욱 재미있는 모습으로 다가와 유쾌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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